첫째녀석과 지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말과 귀여운 행동에
웃음을 자아낼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행여나 잊어버릴까봐
메모를 해놓곤 한다.
#1
요즘 같은 날씨에는 추워서 평일에는
보통 집에 있을 수밖에 없다.
찬 바람을 오래 맞으면
행여라도 감기에 걸릴수 있을까봐..
그래서 첫째녀석에게 외출이라고는
주말에 하는 마트 나들이 뿐이다.
첫째녀석은 마트가는 길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모처럼 세상구경을 하고 있었다.
차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날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엄마 달이 나좋아서 따라오는거야..?
나랑 놀라고?"
어쩜 말을 이렇게도 예쁘게 하는 것일까
아이라서 순수하다는 걸 또 한번 느꼈다.
말 만큼이나 마음도 예쁜 첫째녀석이다.
#2
저녁을 먹고 잘 시간이 되어
자려고 다같이 누웠는데
첫째녀석이 대뜸 한마디 한다.
"나도 동생처럼 기고 싶다.
나도 동생처럼 우유 먹고 싶다.
나는 동생이 되고 싶다."
이러면서 시 한수를 뜬금없이 읊는 녀석
어찌나 웃기던지..
그리도 동생이 부러웠을까?ㅎ
어린 아이라서 생각해낼 수 있는 문장인 것 같다.
동생처럼 기고 싶다니...ㅎ
이 말은 생각할수록 너무 귀여웠다.
#3
두녀석을 재우고
책을 보고 있는데
또 환청이길 바라는 소리가 들린다.
"세이버(카봇) 변신~"
외치면서 손 하나를 허공에 들고
잠꼬대 하고 있는 첫째녀석.
카봇을 너무 오래 본 탓인지
꿈 속에서도 티비를 보고 있나보다.
#4
요즘 부쩍 초콜릿의 달달함을 알게된
첫째녀석
덕분에 말을 안들을 땐
초콜릿을 주는 것으로
산타할아버지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첫째녀석이 초콜릿 먹고싶다고
그러기에 주면서
"초콜릿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지?"
하고 물으니
"음~키가 커!!"라며 당당하게 대답하는
첫째녀석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육아라서
힘든 날도 참 많지만
이런 맛에 자식을 낳고 키우는게 아닐까 싶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첫째녀석이다.
지금처럼만 예쁜마음을 지닌 채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 속의 글귀 하나
남들처럼 사는게 더 어려울까.
나답게 사는게 더 어려울까.
머릿속에 한참 머물렀던 질문이지만
결론은
그냥, 둘 다 어렵다는 것.
녹록한 삶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어차피 둘 다 어렵다면
산다는 게 어쩔 수 없이 고군분투하는 일이라면
남들처럼 사는 것보단
나답게 사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누구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누군가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해도,
나는 그저 나로서 살아가야 겠다.
-김수현의 '180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