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머님이 시골에서
올라오신다고 해서 서울로 향했다.
남편은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을 하고,
첫째녀석은 조수석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라디오와 대화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둘째녀석을 처음으로 카시트에
태웠는데 인상을 쓰다가
이내 적응하고 잠이 들었다.
난 그 덕분에 편하게 핸드폰도 보고
바깥구경도 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가면서
바깥을 쳐다보다가
결혼 생활을 시작할 때
살았던 집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곳을 보고 있으니
그 집에 살았을 때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첫째녀석을 임신하고
동네에서 알게된 동생.
집에 있기 심심하다고
두 임신부가 배부른 상태로
산모교실을, 베이비페어를
참 뻔질나게 드나들었었다.
그것도 버스를 타고서
산모교실에 가면 육아강좌도 듣고
물티슈나 기저귀를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운좋게 작은 경품이라도 당첨이 되면
하루종일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보내고
자랑을 해대기 바빴다.
첫째녀석을 임신했을때
첫째라고 내가 먹고싶다고 하는건 남편이
다 사줬었다.
먼 곳도 차를 끌고서라도 데리고 가줬다.
그해 겨울, 수박이 금수박이었을 때
왜그리도 먹고싶었는지
거금 2만원을 주고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3개월은 끊임없이 먹었던 것 같다.
덕분에 살이 쪄서 의사선생님한테
잔소리를 상당히 많이 듣긴했지만..
임신했을 때 먹고싶은거 안먹으면
아이 눈이 짝눈이 된다기에
그러거나 말거나
참지 않고 있는대로 다 먹어댔다.
첫째녀석을 낳고 나서
그 동생네 집에 놀러가서
밥한끼를 같이 먹었는데
그날의 새우볶음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그 이후로 새우볶음밥은
우리집 냉장고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첫째녀석이 5개월이 지났을 때
이제는 카시트에 태워야한다고
집에서 며칠동안 카시트 앉히기 예행연습도
했었다.
둘째녀석이 아무 반감 없이 타고 자는걸 보면
다 시간이 지나면 될 일이었는데
첫 아이라서 뭐든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처음 그 집에 살 때는 주변에
큰 마트하나 없어 20분 가량을
장바구니를 끌고 걸어갔었다.
그야말로 주변이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큰마트는 물론이고 상가들도
꽤 많이 들어섰다.
불과 몇년전에 살았던 곳인데도
아주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모습에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그 이전의 추억이 아련하기도 하다.
무심히 지나가는 거리에서
흩뿌려져 있던 내 추억들을
다시 만나니 그 때가 그리워진다.
그래도 안좋았던 추억보다는
좋았던 추억들이,
지금도 그리운 추억들이 많이 있었구나를
느끼며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책 속 글귀 하나
<시어머니와 육아방식이 달라서 고민입니다>
아기를 어머니께 하루라도 맡겼으면 어머니가 하시는 대로 놔두세요.
둘이 서로 싸우는게 아기한테 더 나빠요.
어머니한테 가 있는 동안은 어머니가 하시는 대로 놓아두고, 어머니가 하시는게 마음에 안들면 직장을 그만두고 질문자가 아기를키우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갈 수밖에 없으면 어머니한테 맡기세요.
기르는 사람이 엄마에요. 할머니가 키우면 할머니가 엄마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간섭하면 안됩니다. 엄마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자가 엄마에요.
낳은 자가 엄마라는 것은 생물학적인 것이고, 인류학적으로는 기르는 자가 엄마입니다.
(중략)
그러니까 어머니가 하시는대로 놔둬야해요.
그날은 자기는 엄마가 아니고 회사 직원이고요.
-법륜스님의 '야단법석'중에서-
첫째녀석을 낳고 나도 친정에서 아이를 봐주셨다.
돈도 드리고 맡기는 거라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첫째녀석에게 초콜렛이랑 과자를 주는 친정아빠를 보며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내가 보면 안줄텐데..요즘 엄마들은 안주는데 왜그러시는 걸까'
육아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달라서
퇴근하고 오면 짜증아닌 짜증을 냈다.
같이 일했던 엄마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항상 발을 동동 굴러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한테 친정에서 봐주는걸
감사하게 생각하라고..요즘 그런 부모 없다며
잘해드리라 했다.
둘째녀석을 낳고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
참..힘드셨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 등원, 하원도 그렇지만
하루종일 아이가 다치지 않게 지켜보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내 모든걸 포기하고 아이만을 바라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젊은 나도 이렇게 힘들고 버거운데 나이드신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 당시 일을 쉬고 애를 볼 생각도 없었으면서 내 방식대로 봐주길 바랬던건 내 배부른 욕심이었던 것 같다.
'야단법석' 이 책을 읽다가 이 부분에서 그때의 일이 생각이 났다.
마음이 되는 대로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
지금, 내 곁에 있을 때
더 늦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