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녀석을 낳고 나서
새로 알게된 것이 있다
내 머리속에 지우개 하나가
생겼다는 것과
목소리가 작던 나에게도
실은 우렁찬 목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말을 하고 있다가도
방금까지 생각했는데
평소 쓰던 단어도
갑자기 생각이 안 날 때가 많이 생겼다
첫째녀석의 말썽에는
이해해주자는 맘보다
항상 우렁차진 목청이 먼저 나간다
애하나 더 낳았을 뿐인데
이러다 치매가 걸리는건 아닌가
나는 분노조절장애인가
생각이 들 던 차에
시 한편을 발견했다
★
그리도 말 잘하고 똑똑하던 나의 그녀가
몇 마디 말만하면 더듬거리며 단어를 찾아헤매고
당신과의 말다툼에서 조차
버벅거리게 되는 것은
아내의 이야기 상대는 종일토록 단어가
부족한 아가들뿐이기 때문입니다
애 둘 낳더니 당신보다 더 목청 높아진 아내
아내의 그 높아진 목청은
일상처럼 던져지는 아내의 반복되는
이야기들에 애써 귀 기울여주지 않는
당신때문에
작은 소리로 말하기엔 이미 너무 지쳐버린
아내의 고단한 절규입니다
-최혜경의 어느 전업주부의 외침중에서-
★
짧은 시 한편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나 또한 그런거라고
그렇게 합리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