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 잘 부탁 드립니다. 아주 엄하게 지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말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녀석, 돌아오는구나...'
문자를 보면서... 다행스러움, 약간의 어이없음 혹은 허망함, 괘씸함, 고마움이 뒤섞인 느낌이었습니다.
오늘, 월요일 아침. 녀석이 학교에 와 있었습니다.
"왔니?"
"네, 선생님." (꾸벅~)
감기 몸살 때문에 하루 이틀 결석했다 돌아온 아이처럼 녀석을 대했고, 녀석도 그렇게 저를 대했습니다. 친구들도 그렇게 대하더군요.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살짝 어이없기도 하고 조금 귀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수업이 끝났습니다. 녀석을 마주했습니다. 뻔질나게 제 연구실을 드나들던 녀석이지만 잔뜩 긴장한 눈치입니다. 방학 중에 부모님에게 학업 포기 선언을 하고는 학기 시작 후 한 달을 내리 결석을 했으니 양심이 있으면^^ 편할 리 없지요.
긴장할 만한 상황이니 긴장하라고 내버려 두고^^ 그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분 가까이 느릿느릿 이어진 녀석의 이야기, 이 한 마디로 요약됩니다.
"겁이 났어요. 고3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겁이 났고,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겁이 났고, 아직 내겐 제대로 된 꿈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겁이 났어요."
역시...
(Return of the prodigal son by Rembrandt)
방학 중 폭탄 선언 이후, 녀석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과의 그 어떤 대화도 거부한 채 40여 일의 시간을 집안에 틀어 박혔습니다. 착실하던 녀석의 영문 모를 돌변에 애가 탈 데로 탄 녀석의 부모님은 필사적으로 저에게 도움을 구했구요. 여러 차례 숨가쁜 부모 상담이 있있지만, 사실 저의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OO이는 두려운 겁니다."
녀석이 말을 마칠 때까지, 아니 '상담'을 마칠 때까지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겁이 났다'는 말과 함께,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거든요. 말없이 손수건을 건냈습니다.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이걸로 닦아... 그리고 편히 집에 가거라. 내일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녀석은 세수를 하고, 손수건을 고이 접어 제게 건네고, 90도 폴더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꿈을 쫓느라 초조하고, 꿈에 쫓겨 불안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내일 녀석을 만나면 그리 긴 이야기는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OO아, 꿈은 쫓는 게 아냐. 꿈에 쫓겨서도 안 돼지. 꿈은 말야... 만들어가는 거야."
이 정도만 말하고, 녀석이 알아 듣는 눈치면 (영민한 녀석이니 십중팔구는 그럴 겁니다) 딱밤 한 대만 살짝 때려 주려구요. 이 말과 함께...
"그런데 말야. 금방 한 말... 선생님이 맨날 하는 말 아님? 방학 동안 까먹은 거지?"
이제 잠자리에 들려구요. 녀석이 남은 1년 동안 꿈을 잘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그 힘든 과정을 즐기기를 바랍니다. 힘껏 도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