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며칠 따스한 날씨를 뒤로하고 오늘아침은 꽤 쌀쌀했나보다. 집을 나서는데 한기가 들었다.
아침일찍 애들 학교에 데려다주는길... 아들녀석을 족쳤다.
얼마전 2년간의 치아교정을 마치고 1년동안은 교정된 치아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지않도록 밤에 리테이너(retainer)를 차야하는데 이녀석이 처음엔 잘하더니 한동안 게을리했었는지 앞니가 살짝 돌아가는게 보이는거다.
수천불 들여서 2년 고생한게 "도로아미타불" 된것같은 생각에...
가슴 밑바닥에서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오는거였다.
돈이 썩어나니? 너의 책임감은 그정도 밖에 안돼?
엄마가 매일같이 니 치아교정 뒷수발까지 해줘야되는거야?
얼마든지 스스로 할수있는건데 왜 이렇게밖에 못하는건데...
넌 항상 왜 이런식이니? 이렇게 할거면 넌 앞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게 없을거야.
실망이다, 정말...
등등등...
학교에 도착해서 내려주니 아들녀석 눈에서 눈물이 뚝~뚝....
평소같았으면 "엄마 좋은하루 되세요~!" 라며 씨익 웃어주는 아이였는데
오늘은 엄마가 그 상냥한 아들눈에 눈물을 쏘~옥 빼게했다.
홧김에 내뱉은 냉소적인 질타는 13살난 남자아이의 가슴에 못을 박았을거라는 생각이 뒤늦게야 들었다.
그것도 엄마가 직접...
기분이 착잡할때면 대청소를 한다.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치우고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닦고,
스텐냄비 다 꺼집어내 닦아주었다.
두어시간 바쁘게 움직였다.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일종의 자책감을 청소로 떨쳐버리려했었다.
그리고 컴퓨터앞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울 시누이가 보낸 메세지에 넘 좋은 글이라 공유하고 싶었다며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Cynics do not contribute, skeptics do not create, doubters do not achieve.”
"냉소주의자는 기여를 못하고, 회의론자는 창작을 못하며, 의심이 많은자는 이루지를 못한다."
어떤 부모라도 쉽게 말할수있는 딱딱한 밥상머리 인성교육같지만 웬지 오늘만큼은 엄마인 내가 새겨들어야할 말로 가슴을 파고들었다미국 반대편에 사는 울 시누에게 텔레파시라도 통했나보다. 이렇게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나에게 필요한 충고를...
대부분의 사춘기의 아이들은 한치앞만 볼줄 안다. 그 아이들에게 기성세대들의 인생경험과 지혜를 기대한다면 성에 차는 아이들은 얼마 안될거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기대밖의 사건에 아이들의 좁은 시야를 비난하고, 아이들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질타하는 행동은 결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않는다.
인간의 본능은 "No~!" 라는 대답에는 반항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져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넌 이것도 못해, 저것도 안돼, 제대로 하는게 아무것도 없어...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때 아이의 모든 약점을 드러내는것 보다 아이가 잘하는걸 이야기하고 그것이 얼마나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되고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에 촛점을 맞춘다면 아이의 사고방식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는거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곧 행복한 인생으로 연결되는것이기에...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아이들은 어쩌면 그렇게 태어난게 아니라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낸건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가 늘어진채 학교안으로 들어가는 아들녀석의 뒷모습에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걸 깨달았다.
앞니가 조금 틀어져있으면 어떤가? 다시 리테이너 열심히 차고 있으면 되지...
그까짓 리테이너 하나보다 훨씬 더 소중한걸 인지하지 못한 나의 무심함이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때 만회할수있도록 도와주는 엄마의 지도력은 정말 끝없는 인내와 사랑이 필요로 하는것이기에 "엄마" 라는 임무는 내가 지금껏 해온 세상의 어떤 일보다 제일 어렵고 복잡미묘하다.
대청소를 마친후 아들녀석이 만들어놓은 서양식 쌀과자를 간식삼아 차한잔 마시며 아무도 없는 집안의 한적함을 즐겨본다.
혼자서 과자도 만들줄 알고
아침밥도 스스로 챙겨먹고 (필요할땐 혼자 저녁도 만들어먹고)
목요일이면 쓰레기통 길가에 내려다놓고
매일 강아지 산책시키고
심부름도 마다않고 척척 해주고
가끔 할머니께 편지도 쓰고, 전화도 하고...
알고보면 잘하는것도 많고 착하고 상냥한 아이를 그리 혼줄을 냈으니...
이 미련곰탱이 같은 엄마는 아들녀석이 만든 쌀과자를 먹으면서
훌쩍훌쩍~ 차한잔을 비워내간다.
갱년기인가 보다.
작은일에도 눈가가 젖는걸보니...
옆집 개가 다쳐서 응급실에서 수술받는다는 말을 들었을때에도 눈물이 나올려고 했었다.
아유~! 주책바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