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뭔가 신선하다.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기대감과 일상을 벗어난다는 일탈감, 또는 잠시 쉬었다 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쉼표 같은 느낌이다.
또 여행은 인생의 아주 짧은 단면 같기도 하다. 짧게는 몇시간에서 또 길게는 몇년의 여행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것들을 압축시켜 경험하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맛보기도 한다. 인생이 언제나 그러하듯 말이다.
순조로울 줄 알았던 이번 여행은 동생의 실수 하나로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그래서 제주도도 생전 처음이신 엄마를 위한 여행이었기에 동생은 출발전부터 엄마한테 신신당부를 했단다.
엄마~ 신분증 없으면 안되니까 신분증 꼭 챙기셔..
그랬던 동생은 신분증을 따로 챙긴다고 해놓고 챙겨놓은 가방을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 두고 왔고 비행기 출발 50분전에 그 사실을 인지 한 것이다. 공항에서 신분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인근 주민센터로 향했지만 증명사진도 없고 18시 업무시간도 넘겨 결국 비행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이 편하긴 하지만 맹점이기도 한 점이다. 삼성페이가 생기면서 불편하게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지갑을 잘 챙기지 않고 다닐 때가 있으니 지갑을 안 들고 나왔어도 공항까지 오면서 인지를 못 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필이면 연휴라 항공권도 만석.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간 동생은 다행히 다음날 아침 누군가가 취소한 표를 예매해 우리에게 합류할 수 있었다.
오늘이 여행의 둘째날이다. 아이 셋과의 여행은 사실 여행이 아니라 고행인 듯 한 느낌도 든다. 셋째는 원래 시부모님께 맡겨두고 오려고 계획했다가 항공권 예매하면서 혹시나 싶어 여매했다가 결국 데리고 왔는데 순간순간 후회가 되는건 막내에게 비밀이다. 게다가 여행 온다고 늦게까지 업무하고 집정리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출발했더니 몸이 말썽이라 파스 투혼까지 불사르고 있다.
출발전 여행이 주는 신선함과 기대감, 설레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지만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웃고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싶다.
국내선도 신분증이 없으면 탑승이 불가하다는 점 절대 잊지 마시고 우리처럼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