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여느 때 같으면 주말동안 피로도 풀고 다음 일주일동안 쓸 에너지를 조금 충전하고 월요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은 마치 시험 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했는데 시험을 보러가야 하는 학창시절 그 때처럼 집으로 가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주말에 출근해서 밀린 업무를 해야 하지만 셋째를 만나러 온다는 이유로 출근을 못했으니 이제 가면 잠든 아이들을 눕혀놓고 출근을 해서 몇시간은 야근을 해야하니 더욱 발걸음이 무거운지도 모르겠다.
사실 첫째는 둘째를 낳으면서 9개월간 휴직을 하면서 21개월쯤 되었을 때 내가 데려다 키웠고 둘째는 매주 헤어질 때마다 울어대는 아이가 맘에 걸려 첫째 개월수보다는 일찍 내가 데려다 키웠다. 셋째는 이제 13개월이다. 올해 7~8월이면 데려다 키워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요즘 일에 치여 사는 나의 삶을 보면서 그건 나만의 바램일 뿐일것 같아 어제 아버님께 아무래도 올 한해동안에는 셋째를 계속 봐 주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워킹맘 중에서는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계속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동안 전공 공부를 하는데 투자한 시간과 돈, 그동안 쌓아둔 경력이 아까워 쉽사리 사직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항상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아니 가장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첫째를 시댁에 두고 한달에 한 두번 만날 때 직장을 그만 둘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선배가 한 말이 있다.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고, 아이가 커 갈수록 아이는 엄마보다 엄마가 벌어오는 돈이 더 필요할 때가 곧 올꺼라고 했다. 그 때 그 선배의 아이가 지금 우리 첫째보다 조금 컸는데 엄마가 직장을 그만 두면 장난감도 비싼 외식도 못한다고 했더니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 엄마 직장 계속 다녀라고 했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제 그 얘기가 나의 얘기가 되어 버렸다.
나도 가끔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고 떼를 쓰거나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릴 때 아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한다.
지웅아..그럼 엄마가 일 안가고 집에서 지웅이랑 시은이랑 놀아줬으면 좋겠어?
(단호하게) 응
그렇구나. 지웅이는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엄마가 돈 벌러 안 가면 지웅이 장난감이랑 지웅이 좋아하는 킨더조이도 못 사주는데 그래도 괜찮아?
(아직은 그래도 한참은 생각해 준다) 아니..그럼 엄마 일하러가..
아이들의 말을 차처하더라도 지금 직장을 그만두면 아이셋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학원같은 거나 학습지는 하나도 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아이 양육에 돈이 꽤 들어간다. 올해 3월 이후부터는 첫째도 태권도나 피아노학원을 보내고 싶은데 얘기를 들어보니 비용이 꽤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애 셋이 줄줄이 학교에 다니고 대학에 들어갈 때를 생각한다면 지금 힘들다고 쉽사리 직장을 그만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싫다는데 억지로 학원에 보내거나 공부를 시킬 생각은 없지만 부모로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돈 때문에 아이의 기를 죽이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재산을 남겨줄 생각은 없지만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부모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만약 지난 12월 코인시장이 고점을 찍었을 때 과감하게 투자금을 현금화 해 놓았더라면 더 나았을까? 승진을 포기하고 이전의 여유있던 그 직책에 그냥 머물렀었다면 더 나았을까? 오늘도 나는 과거의 돌아갈 수 없는 나의 선택에 대해 불필요한 후회로 나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루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