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애환 #1.할머니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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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근무시간에 아버님은 전화를 잘 하지 않으신다. 다만 셋째가 자라며 웃는 모습이나 이쁜 짓을 할 때면 직장에서 고생하는 며느리 생각하셔서 카톡으로 아이 사진 몇장을 선물처럼 보내주시곤 하신다. 바쁠테니 아이 걱정은 하지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나름의 배려이실게다.

또 아버님은 혹여 어미가 걱정할까 싶어 아이가 밤새 울고 보챘어도 며느리한테는 사실대로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꼭 형님이나 어머님한테 나중에 건너 건너 들으면 밤새 고생하신 얘기를 알게 된다.

그런 아버님이 근무시간에 전화를 하셨다. 주말에 갔을 때도 셋째가 설사 증상이 있더니 더 심해져서 분유까지 다 토해낸다고 전주 병원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시며 우리가 주로 진료받는 선생님이 누구신지 물어오신다. 몇시간 뒤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려보니 요즘 장염이 유행이라고 아이에게 수액을 맞추고 있다고 하셨다.

둘째 그맘때 수액 한번 맞추다가 혈관을 못찾아 아이가 울고 불고 했던 기억이 있어 혈관은 잘 찾았는지 물어보니 울지도 않고 잘 맞았다고 하신다. 마음이 놓여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나중에 어머님 말씀을 들어 보니 간호사가 그 조막만한 손에 3~4번 주사바늘을 꽂다 실패하는 바람에 아이가 자리러지게 울었단다. 자식들 고생해서 키워 놓았더만 이제 손주새끼 키우느라 애간장이 다 녹으시는지 지난 주말 마주한 부모님 얼굴이 어쩐지 더 늙어 보였다.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서른살 초반 미스였을 때, 내 입사동기이자 절친인 친구는 벌써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다. 친구의 엄마는 천하를 호령하고 살고팠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살지 못한 자신의 인생이 아까워 딸에게서 대리 만족을 하고 계신 분이셨다. 집안일이고 살림이며, 육아는 내가 다 알아서 해줄테니 너는 열심히 일해서 위로 위로 더 위로 승승장구 하라고 등떠미는 그런 스타일이셨다. 정작 딸은 일하는 건 관심없고 전업주부가 꿈이었지만 말이다. 그때 친구가 가끔 아이들이 자신보다 할머니를 더 따르고 잠도 할머니하고만 자려 한다고 서운한 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 당시 유치원을 다녔던 딸이 엄마가 해줘야 하는 역할을 할머니가 다 해 주니 할머니한테 할머니엄마라고 부른다며 속이 상한다고 했었다. 딸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는 딱 그것만 보이니 말이다.

주말마다 우리가 현관문을 엶과 동시에 우리 셋째는 항상 신이나서 엄마를,아빠를 그리고 오빠와 누나를 반겨준다. 기어다니다 무릎을 세우고 일어서서는 박수를 치며 함박웃음으로 한주동안의 그리움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 이제 11개월 막내는 온 몸으로 엄마를 거부했다. 자신의 몸이 아프고 고단하니 다 필요없고 주양육자인 할머니 등에 업히려고만 한다. 할머니 힘드시니 잠시라도 내가 안아보려고 하면 울고 자지러지면서 두팔로 할머니한테 자신을 이제 그만 힘들게하고 어서 데려가 달라는 시늉을 한다.

할머니는 어쩔수 없으니 다시 아이를 등에 업으며 포대기를 매신다. 이 순간 난 할머니엄마가 떠올랐다. 아이에게 지금 몸이 아픈 이순간 만큼은 자신을 낳아준 엄마보다 늘 자신의 곁에 있는 할머니가 엄마이리라. 알면서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쪽 가슴이 참 시리다. 아플 때, 아니 한참 이쁜 짓 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에게 온전한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 못내 미안하다. 이 때 만큼은 엄마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애처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 보는 것 밖에는 없다.

돌치레를 하는지 요며칠 심하게 아팠던 우리 막내..아프지 마라. 엄마가 누구보다 더 사랑한단다.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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