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로 가끔 듣는 말이 있다.
딸들만 가진 부모는 금메달
아들, 딸을 둔 부모는 은메달
아들만 가진 부모는 목메달(다)
극성스럽기도 하고 활동적인 아들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방증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들들은 키워 놓으면 며느리 좋은 일만 시키는 거라는 생각 때문에 나온 말인 듯 하다. 아무래도 딸이 아들보다는 살갑기도 하고 잔정도 많고, 사소한 것까지 잘 챙기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 않은가. 오죽하면 옛말에 큰딸은 살림 밑천이라 했을까 말이다.
그럼에도 딸 셋중 장녀였던 나는 부모가 나이 들었을 때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아들이 아니었기에, 나이 든 아빠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과 허전함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도 아니면 자격지심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또 그도 아니면 여자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들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둘째의 태몽마저도 아들 태몽인 것 같아 내심 아들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딸이라 서운함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딸 키우는 재미에 폭 빠진 지금 생각해 보면 둘째까지 아들이었으면 진짜 목메달지 싶다.
어제도 첫째는 왜 이렇게 부산을 떠는지 아파트 주차장에서 촐삭대다가 배수구에 빠져서는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울고 불고 난리여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겨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거실에서 미끄럼틀을 요란하게 타다가 미끄럼틀이 넘어졌는데 하필이면 거실 바닥에 있던 장난감위로 떨어졌다. 무릎이 장난감과 부딪히면서 살갗이 까졌는데 엄청 아팠나보다. 울고 불고 하더니 못 걷겠다고 엄살을 피워서 베개 위에다 다리를 올리고 쉬게 해줬더니 울다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이 우스워 웃기기도 하면서 크는 아니라 혹시 성장판이라도 다쳤을까봐 겁이 덜컥 났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우리 딸은 빨래와 씨름중이다. 빨래를 개키려다가 아들 녀석 때문에 정신없는 사이에 빨래를 가져다가 혼자 이러고 있다. 아직 만으로는 30개월 밖에 안된 녀석이라 기특하면서도 벌써부터 이런건 안 배워도 되지 않을까 싶다. 누가 여자아이 아니랄까봐 소꼽놀이나 청소, 엄마역할에 더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둘을 키워보니 정말 둘의 특성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렸을 때 부터 특별히 "너는 남자아이니까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해!"라고 가르친 적이 없는데 첫째는 칼싸움이나 공룡, 자동차를 더 좋아하고 둘째는 콩순이나 공주, 소꼽놀이를 훨씬 좋아하니 남녀의 성 정체성은 태어나면서 가지고 태어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여자로 살아봐서 그런지 우리 딸만큼은 이것 저것 제약받지 말고 이것저것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배우면서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엄마들은 딸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가 못 해 본 것을 이것저것 가르치고,
엄마가 못 입어본 옷을 입히고,
엄마가 못 가본 곳을 가게 하고,
엄마가 못 했던 공부를 하게 하고,
엄마가 못 만나본 멋진 남자친구를 자유롭게 사귀어 봤으면 싶고..
그럼에도 나 스스로도 아직 깨지 못하는 선입견이 너무 많다. 여자 아이는 깨지기 쉬운 아주 비싼 도자기같다는 생각이 드니 첫째에 비해 더 조심스럽기도 하다. 오빠랑 똑같이 대하고 똑같이 키워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여자아이인데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니 딸을 잘 키우는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예쁜 딸 어떻게 키워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