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쉽게 내일을 기약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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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일요일부터 중국 하이난으로 4박 6일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그는 며칠전부터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박사학위를 딴다고 중국에서 5년을 넘게 살았던 그였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첫 외국여행이기에 그는 충분히 그럴만 했다.

내년에 미국으로 남편과 함께 떠나는 누나네 가족 4명, 그의 가족 4명, 그리고 말기 암 환자이신 어머님과 아버님 이렇게 열명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이제 막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사실 그의 어머니는 몇년전 암 4기 선고를 받으셨다. 올해로 69세이신 모친은 자신이 암 말기환자라는 것을 아신 후 수술받기를 거부하시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울고 사정하며 수술받으시길 권유하는 가족들의 절규와 가까운 권유도 마다하시며 말이다. 그녀는 남은 시간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긴 시간을 함께하길 원하셨을 것이다. 효자인 그도 가족 누구도 결국 어머님의 의지를 꺽지는 못했다.

그는 올해초 부모님의 집을 좋은 나무 재질로 리모델링 해드렸다. 어머님의 건강을 생각한 배려였을 것이다. 나보다 나이도 적지만 생각하는 씀씀이가 나보다 훨씬 낫다.

오늘이 수요일. 출발 예정일이 일요일이니 3일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여행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하이난으로 출항하는 티웨이 항공기에 대한 입국 허가가 나지 않아 일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단다. 항공사 사정으로 벌써 두번째 취소다. 아이들 학교며 회사며 10명이 더 이상 스케줄을 변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머님이 편찮으시니 경유노선을 선택할 수도 없어 3일만에 다시 다른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마지막 여행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심기가 불편하다며 매일 밤 늦게 퇴근하던 그도 오늘은 칼퇴근을 했다. 내일 좋은 답을 가지고 오겠단다.

나였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 선택을 했을까? 이미 여행 일정도 다 짰는데 말이다. 그의 복잡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우리는 참 쉽게 내일을 기약한다.

돈 벌면, 승진하면, 애들 더 크면 가족여행 한번 가자.

그리고 그 기약없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그리고 나면 같이 갈 부모도 나도 더 이상 걸어다니기도 힘든 나이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여행 다닐 최적의 시간임을 잊지말자. 여행도 해 버릇하면 떠나기가 쉬워지는 것 같다. 우리네 인생에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추억만들기를 방학 숙제처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사자의 동의하에 포스팅해요.
어른 6, 초등생 4명 일요일부터 일주일 일정
어머님이 장거리 비행은 힘들어 하셔서 휴양 개념으로 가려고 하는데 혹시 좋은 여행지 추천해 주실만한 곳이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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