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정신없이 바쁘니 신랑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한번은 빠질 수 없는 회식이라며 아이 둘을 회식 자리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 빨래며 쓰레기 분리수거, 아이들 씻기는 등의 집안 일이 이제 하나 둘씩 신랑의 전담이 되어 버렸다. 가끔씩 새벽에 퇴근하면 신랑이 아이들 둘을 재워놓고 온갖 집안일을 다 해 놓고 잠든 모습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당신도 고생이 많네 싶기도 하다.
이렇게 가정적이고 아이들한테 잘하는 신랑임에도 가끔씩 의견차이가 나거나 부부싸움을 하면 내가 이 남자랑 왜 결혼해서 이 고생인가 싶기도 하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그제도 그런마음이 들게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남편의 거짓말이 등통이 난 것이다.
엄마랑 동생이 내려 오셨다. 일하는 중이라 기차역으로 가보지도 못하고 택시 타고 집까지 오시라고 했다. 마음은 칼퇴였지만 결국 여덞시가 넘어 집에 도착해 저녁 식사도 제대로 못 차려드렸는데 신랑이 갑자기 회사에 일이 있어 회사에 들어가 봐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상사한테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꼭 필요한 일이란다.
간혹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왠지 수상한 냄새가 났지만 일단 가보라고 했다. 확인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쿨하게 보내준다. 그리고는 신랑이 회사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다.
어디야?
어...회사지..
그냥 끊기가 뭐해서 별 시답지 않은걸 물어보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둘째를 불러와 신랑과의 영상통화를 시도한다. 금방 전화를 끊은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로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늦게까지 야근하시는 신랑 회사 동료분이 신랑이 오지 않았다는 거다. 문자에 도대체 어디냐고 회사에 전화하니 안 왔다고 하더라 했더니 정확히 15분 뒤에 회사 전화로 전화가 온다. 회사였다는 또 한번의 거짓말. 들켰으면 이실직고 할 것이지 거짓말이 또 거짓말을 낳는다.
뛰는 남편 위에 나는 아내가 있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남자들은 이상하다. 그냥 장모님도 오셨고 간만에 아이들 봐 줄 사람도 있으니 솔직히 술 한잔 하러 가고 싶다고 하면 되지 사소한 거짓말일지언정 금방 들킬 거짓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사실대로 말했어도 내 입에서는 좋은 말이 나오지는 못 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애들 보느라고 힘들었으니 거짓말 인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엄마도 오고 피곤함에 쩔어 있어서 그런지 그러지를 못했다. 다른 거 다 떠나서 부부지간에 거짓말이 그냥 싫었던 것이다.
엉성한 거짓말을 들킨 덕분에 신랑은 그동안 나대신 애들 돌봐준다고 꽤 큰소리를 치는 갑이었다면 한순간의 거짓말로 상황이 역전되어 을이 되었다. 바가지가 한 소쿠리 채로 쏟아진다.
내가 자기 부모님들한테 그동안 어떻게 했느냐, 장모님이 자주 오시냐, 어쩌다 한번 오셨는데 오신 날부터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 부부 사이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신뢰가 깨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등등등. 다행히 나는 화가 나도 신랑이 미안하다고 하면 금방 풀어져서 부부 싸움이 오래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이여 거짓말은 하지 말자. 만약 정말 거짓말을 해야겠거든 완전 범죄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서 와이프가 절대 알수 없도록 해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애시당초 아내에게 폭풍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솔직히 말해라.
부부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 관계라는 것이 아주 사소한 오해와 거짓말에서부터 시작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 순간의 쾌락(?)을 위해 아내와의 신의를 져버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