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3층이긴 한데 우리 통로만 아랫층이 다른 구조물로 설계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1층이다. 신랑은 부동산을 통해 이 집을 소개받으면서 이미 어느정도 마음을 정한 듯 했다. 더도 덜도 말고 이집이 3층이면서도 아랫층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실 우리는 둘다 맞벌이에다 주말이면 시댁에 오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서 뛰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층간소음에 신경 쓰게 된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를 낳고 첫째를 시댁에서 키워주실 때 나는 새벽 여섯시면 출근을 해야했다. 출근이 이른 탓에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할 채비를 했는데 아랫층에서 내 발 디딛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고 올라온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둘째를 임신 했을 때도 한동안 까치발로 출근 준비를 해야했다.
그리고 얼마전까지 살던 집에서는 매일 늦게 퇴근하는 탓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세탁기를 돌리기라도 하면 경비실을 통해 전화가 걸려 왔으니 신랑도 나도 퇴근해서 세탁기를 돌리거나 설겆이를 하는 일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아랫층에 아무도 살지 않은 지금의 집이 얼마나 마음 편할지는 층간소음 때문에 눈치 좀 보고 있는 애 있는 집에서는 그 마음 십분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아가씨는 얼마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깔끔한 아가씨 성격과 딸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으니 평상시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낼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딸아이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저녁 7시쯤 손님들이 왔고 저녁 8시쯤 인터폰이 울리더니 경비실이더란다.너무 시끄럽다고 경비실로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다음날 케익 하나를 사들고 본의아니게 미안하다는 인사겸 해서 아랫층을 찾아갔단다.
그집도 아가씨네와 똑같은 나이의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었음을 그 때 알았단다. 마음 속으로는 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조금은 너무한다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게 좋은 거라 웃으며 케이크를 전하며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고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가씨는 그집 아이와 마주친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짜리 그 예쁜 입에서 흘러 나온말은 아가씨를 놀래키기에 충분했단다.
어.. 우리집 윗층 사시는 거 맞죠? 저 어제 공부할 때도 엄청시끄러워서 공부를 못 할지경이었는데..
아니야...얘...우리 아이도 어제는 뛰지도 않고 조용히 있었는데 무슨 소리니...
어 그럼 8층인가?
8층에서 시끄럽게 했으면 우리집에서도 시끄러웠을텐데 우리 집은 조용했거든..
1학년 짜리 남자아이의 말에 똑같이 초등학생이 되어 대꾸를 했지만 나중에 지나고 나니 내가 지금 어린애와 뭐하고 있는가 싶었단다. 그리고 조금 있으려니 그집 엄마가 지난번 케이크가 고마웠다며 딸기를 사서 왔더란다. 들어와서 차한잔 하고 가시라고 했더니 그동안 있었던 얘기를 전했다.
지난번에는 자신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때라 참지 못하고 경비실에 전화를 했노라고, 방금전 아이한테 얘기를 들었는데 자신이 아이를 혼내고 왔다며 자신있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말은 애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고 말이다.
애들은 하는 말은 아니라니.. 내가 그 엄마였다면 그렇게 타이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아이가 뛰어노는 것이 더 당연한 일 아닌가. 아이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불편하고 싫어할 수 있으니 우리는 조심하는것이 좋겠다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층간소음이라는 것을 느끼며 그것이 나쁜 것이라고 배우고 있는 우리의 실태가 슬픈 일이 아닐까.
층간소음...
글쎄 나는 지극히 무딘 사람이라 사실 층간소음에 대해 불평을 느낀 적이 별로 없다. 거기에는 눕기만 하면 바로 잠이 드는 무던한 내 성격탓도 있으리라. 그런데 또 어찌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층간소음에 민감해졌던가. 혹시 힘들고 짜증나고 고달픈 현실에서 뭔가 비난거리를 찾고 탓할 곳을 찾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까. 실제로 층간소음을 측정해보니 기준치 이내가 90%이내라고 하니 우리가 층간소음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주위 신경 안 쓰고 내멋대로 사는 사람이 있으니 문제이긴 하겠지만 어쩌다 한번 시끄러운 소음이 날 경우에는 그냥 넘어가 주는 아량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지금 참을인 세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속담이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