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육아서들은 말한다. 아이의 정서발달과 애착 형성에 가장 중요한 만3세까지는 엄마가 주양육자가 되어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법륜스님도 <엄마수업>이라는 책에서 이를 강조하셨다.
아이가 태어나서 3년까지는 정성을 들여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게 사랑이에요.
네이버의 육아웹툰이다. 그림 한장으로 이렇게 공감가는 표현을 할 수 있다니 그림에 소질 있는 분들이 실로 부러울 때가 있다. 젖먹이 아이를 떼어놓고 회사에 출근해 밤낮으로 일하고 싶은 엄마가 얼마나 될까? 그나마 나는 복지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회사에 다녀서 둘째때는 9개월간 육아휴직을 썼었다. 하지만 실제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일하는 엄마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아이 유치원의 선생님만 해도 그렇다. 아이 낳은지 60일만에 복직을 했다. 법으로 출산휴가 90일은 보장하라고 되어 있지만 사립유치원이다 보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더 쉬고 싶으면 그냥 편히 집에 있으라고 하니 기를 쓰고 친정이며, 시댁이며 애 봐 줄 곳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엄마들의 현실인 것이다.
우리 아가씨도 딸을 갖고는 출산직전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 아이를 위해 3년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용기있게 사직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사는 건 현실이었다. 둘째를 고민하던 아가씨는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다. 아이가 3살이 되던해 아이를 더 낳고 다시 3년을 집에서 있을 수 만은 없다며 둘째는 영원히 포기하고 다시 직장을 구해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보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지 않고서는 요즘같은 세상에 남편 혼자 외벌이로 벌면 저축은 커녕 아이들이 자라면서 모아 놓은 재산도 까먹고 마이너스가 되기 쉽상이니 육아 전문가들의 말처럼 3년을 아이만 키우며 집에 있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 어릴 적만 해도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았다. 남자들도 자신의 능력을 밖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안식구를 밖으로 내 돌리지 않고 집에서 살림만 하기에 충분한 월급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를 원하는 남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대가 많이 달라지고 사는것이 현실이 된 지금은 우리 남편마저도 내가 같이 벌어주기를 바라니 맞벌이는 선택이 아니라 어쩌면 필수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이러 하니 아이를 낳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늘어나는 것도, 아이를 하나만 낳는 가족이 많아지는 것도 어찌보면 시대적으로 당연한, 자연스런 현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주위를 둘러봐라. 한살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출근하는 엄마가 수도 없이 많다. 아이가 어쩌다 아프기라도 하면 바쁜 직장일과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워킹맘. 매일 제일 먼저 등원하고 제일 늦게 하원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밖에 해 줄 수 없는 것이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나의, 그리고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집에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를 위해 더 좋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내가 육아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3세 신화가 널리 퍼진것은 애착이론을 주창한 영국의 정신의학자 존 볼비가 1951년에 발표한 논문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한다. 볼비는 보육원 등에 맡겨진 유아들의 심신발달이 늦은 이유를 분석한 한 연구보고서를 보고 모성적인 양육결핍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많은 육아서에 만3세 신화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이 문제를 오랜동안 연구한 일본의 다른 학자는 최근에 그의 연구 보고서에서 아이가 3살 미만일 때 엄마가 일하더라도 문제행동과 모자 관계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즉,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엄마의 취업은 아이의 발육에 위험요소도, 플러스 요인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오히려 엄마의 마음건강과 부부 사이, 유치원 등의 보육의 질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요인들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어 문제행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중요한 건 안전한 환경에서 애정을 갖고 양육하느냐 여부이며 엄마뿐만 아니라 조부모나 아빠, 돌보미, 어린이집 보육자도 주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디 그러하니 아이를 떼어 놓고 일하는 엄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엄마라 치부하지 마라. 워킹맘 엄마들은 직접 아이를 3년간 키우는 대신, 그 3년을 마음으로 키운다.
그리고 워킹맘들이여..이제는 좀더 당당해 지자.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을 이제 내려놓자.남들이 다 맞다고 하는 육아 이론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워킹맘의 아이라고 해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그리고 무언가가 부족한 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 않도록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노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