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은 나이이건만 내 입맛은 초딩 입맛이다. 아직도 소시지나 김, 계란후라이, 김치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엄마는 토종 전라도분이셨지만 음식에는 별로 소질이 없으셨다. 엄마의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세월의 흐름에도 절대 변함이 없이 맛/이/없/다. 그럼에도 조미료를 하나도 안 쓰는 것을 평생에 자랑으로 여기며 사시고 계시다. 그랬으니 나는 엄마가 정성스레 만들어주는 건강 반찬보다 인스턴트 가공음식이 더 맛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 못 먹는 음식이 정말 많았다. 감자탕, 순대국, 회, 장어구이 등등 일단 비주얼적으로 봤을 때 징그럽다고 생각되는 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의 그런 입맛은 엄마를 닮았다. 엄마가 그런 음식을 싫어하시니 당연히 집에서는 안 만들어주셨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어볼 기회가 없었고 이는 성인이 된 내가 처음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히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감자탕은 대학교 때 처음 배웠다. 술을 배운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새로 접한 음식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겁많은 나에게는 도전이었고 배움이었던 것 같다. 학교 앞에 꽤 유명한 감자탕집이 있었는데 돈 없는 학생들이 매일 깡소주에 새우깡, 막걸리에 두부김치 같은 것만 먹다가 한달에 한번 정도 감자탕집에 가는 날이 있었으니 그건 자취나 하숙하는 선배들의 시골집에서 생활비가 올라오는 날이었다. 감자탕집에서 술을 마신다고 하면 다들 신나했지만 감자탕을 먹지 못했던 나는 소주 한잔 마시고 물이나 깍두기로 안주를 삼아야 했다. 그런 날이 많아질수록 깡소주마시기가 힘들었던 탓에 처음엔 국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되어버렸다.그건 회나 장어도 마찬가지다. 이 두 음식은 비쌌던 탓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도 내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식습관이 엄마에 의해 좌우되는 건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일단 엄마인 내가 못 먹거나 즐기지 않는 음식은 아예 만들지도 않고 사지도 않게 된다. 게다가 내가 만들 수 있거나 즐겨만드는 음식은 극히 한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나 때문에 한쪽에 편향된 잘못된 식습관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아이들의 영양제 복용 문제에도 엄마의 성향과 관심도가 크게 반영되었다. 사실 나는 마흔해를 넘게 살아오면서 크게 아프거나 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건강체질이다. 그렇다보니 영양제나 비타민 같은 걸 챙겨 먹어 본 적이 없다. 20대 때 피부 미용에 좋다는 이유로 비타민을 몇번 사 쟁겼다가 몇알 먹지도 못하고 결국에는 유통기한이 훨씬 지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입이 짧으니 몸에 좋다는 것을 좋아할리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영양제 등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신랑이 아이들의 영양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먹이는 건강 보조제가 하나씩 늘어났다. 처음엔 텐텐 하나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양약, 한약을 포함해서 다섯 종류나 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신랑이 한마디 한다. 병원에 진료비로 돈을 갖다 주느니 아이들 영양제 비용으로 쓰는것이 훨씬 낫겠다고 말이다. 생각해 보니 얼마전까지 감기를 달고 살던 녀석들이 요근래 병원을 안 간 것이다. 본격적으로 영양제와 비타민을 복용하고 나서부터이다.
그래서 오늘 엄마의 취향이나 관심도의 차이가 아이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겠다 싶었다. 우리 첫째의 표현대로 햇님을 먹는다던가(비타민D를 햇볕으로부터 섭취하는 것) 제철과일을 많이 먹는다든가 하면서 자연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도 아니면 아이들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재를 잘 알아보고 복용시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적어도 감기에 자주 걸려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 보다 몇배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 의학적인 의견이 전혀 아니며 영양제 과다 섭취 문제가 있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