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유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두인족의 한 노인이 칠면조 고기가 기력에 좋다는 말을 듣고는 칠면조를 사서 애지중지 키웠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도둑이 들어 칠면조를 모두 훔쳐간 것이다. 노인은 아들을 불러 우리가 엄청난 위험에 처했으니 어서 칠면조 도둑을 잡으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에게 칠면조는 값싸고 별로 중요한 동물이 아니었기에 아버지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들 : 아버지...칠면조가 그렇게 드시고 싶으세요? 아무리 기력을 되찾고 싶으시다고 하지만 칠면조는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요. 고작 칠면조 몇마리 때문에 그리 호들갑을 떨고 그러세요? 우리에겐 칠면조 도둑 잡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요.
그렇게 칠면조를 도둑 맞은 일은 대수럽지 않게 지나갔다. 그러나 며칠 후 이번에는 낙타를 도둑맞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아들이 난리가 났다. 유목민족에게 낙타는 생존의 문제와도 결부된 문제이기에 아들은 낙타 도둑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번에도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어서 칠면조 도둑을 찾으라고 다그쳤다. 아들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기력이 쇠해진 것 뿐만 아니라 판단 능력도 떨어지고 치매에 걸린 건 아닌가 싶었다. 아들은 이렇게 중요한 판국에 고작 칠면조도둑에 집착하는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낙타 도둑 잡기에 실패하고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집의 딸이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아버지는 칠면조 도둑을 잡았어야 했는데 라는 이야기를 꺼냈고 그 때까지도 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동생을 강간한 범인 찾기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물론 다들 아들이 처음부터 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하고 칠면조 도둑 잡기에 최선을 다했다면 낙타를 도둑 맞거나 동생이 강간을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얼마전까지 이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얼마전 회의시간에 우리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며 자신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한 초기단계에 직원들 마음대로 판단해서 윗사람들이 조치하지 못할 상황으로 몰고가기도 한다는 뜻에서 이 말을 전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직후 나는 그 아버지가 참으로 답답했다. 그렇게 중요하고 위급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처음부터 아들에게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 의도를 분명히 해주고 칠면조 도둑을 찾게 했더라면 가족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까지는 몰고가지 않았을텐데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일도 마친가지라고 생각했다. 윗자리에 있는 분들은 가끔 부하들에게 일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분명한 업무지시 없이 아랫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 이야기를 듣고 반발심부터 가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상급자의 의도를 분명히 말해주고 업무지시를 하면 되잖아 라고 말이다.
그런데 며칠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기력이 쇠해진 아버지는 자신이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대를 이어 자신의 가족을 사막이라는 험난한 환경에서 책임져야할 아들에게 언제까지나 미주알 고주알 설명해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들이 스스로 현명함을 찾으면 좋겠지만 사실 경험 없이는 삶의 지혜를 찾기란 쉽지가 않으니 무슨일이든 정답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르니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달리 생각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아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더 말을 아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던 업무이든 거저 얻어지는 지혜와 현명함은 없으니 세상을 산다는 것은 참 쉽지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