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시작되는 아침.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데 새벽부터 신랑이 깨운다. 피곤함에 간신히 눈이 떠진다. 주말인데 단 몇분만이라도 더 자고 싶지만 신랑이 오늘도 출근해야 해서 기차역까지 태워줘야 한다. 신랑을 데려다 주고 오니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한다. 밥을 먹이고 약을 먹이고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신랑은 근무고 어머님은 독감에 걸리셔서 약을 드시고 누워 계신데 나는 토익시험을 보러 가겠다고 꾸역꾸역 집을 나선다.
정읍에는 토익시험장이 없으니 한시간을 달려 전주까지 가야한다. 제시간에 가려면 서둘러야 하지만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주문한다. 한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았더니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와서, 카페인의 필요함을 느끼면서도 디카페인을 주문했다. 이른 주말 아침이라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스타벅스도 한산하다.
시험장에 도착해 고사장을 확인한다. 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띤다. 내가 가장 나이들어 보인다. 갑자기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토익 점수 제출한다고 해서 다 승진되는 것도 아닌데.. 내년에 승진 한번 해보겠다고 또 나를, 부모님을 힘들게 한다.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데 욕심인지 미련인지는 모르겠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준비는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나를 채찍질 해 본다.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풋풋한 외모의 학생들이 눈에 띤다. 고사장 안이 응시하는 사람들로 꽉 찼다. 빈자리가 거의 없다. 나 대학생 때는 토익시험 응시하러 가면 1/3정도가 빈 자리였던 것 같은데 세상이 더 삶기 힘들어 진 것인지, 젊은이들이 더 성실해진 것인지, 그도 아니면 토익 응시료가 너무 비싸진 것인지... 토익 응시료 44,500원.. 학생들에게는 큰 돈이라 토익시험 한 번 응시하는 것도 쉽지는 않으리라.
꽤 오랜만에, 아니 거의 12~3년만에 응시한 토익시험. 유형도 바뀌었다는데 공부도 안하고 갔으니 조금은 긴장된다. 리스닝은 그런대로 봤는데 역시 리딩은 시간이 부족하다. 마지막 10문제 이상은 문제도 안 보고 그냥 찍었다.
여기 앉아 온 신경을 시험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왜 여기 와 있는 것일까? 물어 무엇하랴. 좀 더 좋다는 직장에, 좀 더 좋다는 학교에, 좀 더 좋다는 자리에 가기 위해서 왔을 것이다. 갑자기 사는 것이 측은 해 졌다. 내가 그 나이 때는 40세가 되면 공부도 안해도 되고 토익 시험같은 건 안 볼 것 같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사는 게 뭔지..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게 뭔지..누군가는 말했다. 올라가 보니 다 부질 없다고 말이다. 그래도 올라가 보지 못한 또 누군가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악을 한다.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자는 마음이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의미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에 휴일 반나절을 보냈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살아지는 하루. 오늘 잠시 얼굴을 마주한
그 젊은 친구들이 부디 행복하기를, 부디 스스로에게 만족하기를, 부디 좌절하지 않기를 바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