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머리 속에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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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엄마를 참 많이도 힘들게 했던 아빠는 다 늙어서도 엄마를 무던히도 힘겹게 하셨다. 우리 나라 최고의 학벌을 가진 아빠에 비해 엄마는 배움도 짧았고, 아빠가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였다면 엄마는 순종적인 한국의 어머니 그 자체였다.

아빠는 돌아가시기 5년전에 갑자기 화장실에서 넘어지셔서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부터는 거동을 못하셨고, 그때부터 엄마는 아빠의 두 다리가 되셨다.

젊을 때는 무책임한 아빠 대신 딸들을 건사했고 노년에는 아빠 병수발까지 마다 하지 않으시던 엄마는 끝내 아빠를 보내드리면서도 참 많이도 우셨다. 자라면서 나는 전생에 엄마가 아빠한테 정말 많은 죄를 지어서 이생에서 이 고생을 사서 하시는 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만약에 나였다면 진작에 헤어짐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나였다면 진작에 힘든
현실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어릴적에는 바보같이 헌신적인 엄마를 보며 엄마처럼 살지 않을꺼라는 말로 엄마의 마음을 참 많이도 아프게 했었다.

그에 비해 아빠는 그나마 복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참으로 무능력했던 가장이었지만 그 인생을 끝까지 옆에서 챙긴 아내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엄마가 요즘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리신다. 금방 내가 전화했던 것도 잊으시고 지갑도 핸드폰도 어디 두셨는지 잊어버리셔서 하루종일 무언가를 찾으신다. 혹여 치매인가 싶어 치매 검사를 받아봐도 치매는 아니시라는데 엄마 머리속에 기억력을 담당하는 기관이 자꾸 망가져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도 사실 걱정뿐이다.

어제는 아이들을 핑계로 시설 좋기로 유명한 찜질방을 찾았다. 욕탕이지만 물속에서라도 실컫 놀게 해주겠다는 심상이었다. 순전히 아이들을 위한 계획이었고 일정이었다. 거기에는 평상시에 땀을 많이 흘리셔서 한 겨울에도 조금만 실내 온도가 높아도 답답해 하시는 엄마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손주들이 좋아하면 엄마도 좋아하실거라 생각했다. 엄마는 힘드시면 찜질방에는 들어가시지 않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엄마가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너희는 쉬는날 쉬지도 못해서 힘들겠지만, 여기 너무 좋다.. 요즘 허리랑 무릎이 아팠는데 따뜻한데 대고 누워있으니까 좋네.. 고맙다. 서서방 고맙네..자네 힘들어서 어쩌나..쉬지도 못하고..

그말만 계속 반복하신다. 갑자기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졌다. 엄마가 이렇게 좋아하실 줄도 모르고 그동안 그 흔한 찜질방 한번 모시고 오지못했던 날들을 반성했다. 게다가 사우나 한켠에 붙여놓은 신문기사는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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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니...동생이랑 앞으로 엄마를 모시고 자주 찜질방에 와야겠다는 말을 했다. 내 새끼들한테는 그리도 지극 정성이면서도 왜 나 낳아 키워준 부모한테는 이리도 마음을 못 쓰는지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엄마가 지금처럼만 더 늙지 마시고 우리 곁에 계시면 안될까..한 평생 고생만 한 엄마가 이제는 편하게 노년을 즐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