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족의 경조사를 참석하면 가끔 드는 생각이 있다.
길에서 만나면 그냥 지나치겠다.
싶은 생각말이다. 가까운 친척임에도 너무 오래간만에 만나 얼굴을 잊어 먹겠다는 인사말을 주고 받기고 하고, 어색한 분위기에 서로 말을 잇지 못하는 관계도 있다.
사실 사촌 형제들도 머리 굵어지고는 가끔 경조사가 있을 때만 만나는 경우가 많으니 얼굴 잊어 먹기 쉽상이다. 그러니 더 먼 친척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3촌, 4촌까지의 촌수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알겠지만, 5촌 이상 넘어가면 촌수마저 따지기가 힘들다. 아마 젊은 세대는 촌수가 뭔지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마흔이 넘은 나조차도 촌수 따지는 것이 쉽지가 않다. 더욱이5촌 당숙들까지는 어느 정도 얼굴과 이름 정도는 알것 같은데, 5촌 당숙의 아이들, 그러니까 6촌들은 정말 길에서 마주쳐도 전혀 누구인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 가족 경조사에서 엄마가, 5촌 당숙들이 애써 소개 시켜 주지 않으면 그마저도 알기가 쉽지가 않으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친척이 남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예전에는 가족수가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요즘에는 너도 나도 핵가족이니 알려고만 들면 또 어려운 것도 아니건만 그럴 기회는 많지가 않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입시 경쟁사회에 살다 보니, 아이들 혼자서 집에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가족 모임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아이들도 가족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싫어하고, 부모들도 그 시간에 공부나 더 해라 싶은 마음에 데리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다. 부모가 세상에 없으면 더 만나기 어려운 관계일진데 1년에 한두번, 또는 몇년에 한번씩이라도 만나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남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지내도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우리 아이들을 가족 모임에 꼭 데리고 다니고 싶다. 지금에야 아이들이 어리니 딱히 봐줄 사람도 없고 어쩔수 없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도 가족 모임에 꼭 데리고 다닐 생각이다. 물론 아이들 다 키우신 분들은 '일단 애들 머리 굵어져 봐라. 그게 마음처럼 쉬운지'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터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이고 그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큰아이는 집안의 장남이니 더욱 그렇다.
아무리 핵가족화 시대이고 각자의 삶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족의 뿌리를 알고 가족들이 아주 가끔이라도 만나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