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하얀 눈이 내려있었다. 며칠 따뜻했다고 이제 봄이구나 싶었는데, 겨울은 이렇게 허무하게 물러나기가 싫었는지 마지막 힘을 다 쏟아붓고 가려나 보다. 아침밥을 지어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 보내려면 늦어서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오늘은 정말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결국은 일곱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어제 신랑이 사가지고 들어온 식빵이 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10분 정도는 더 자도된다는 계산이 서게 했다.
더 자고 싶었지만 간신히 일어나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사과를 깎아 우유로 함께 내 놓는다. 그것도 아침이라고 아이들이 잘 먹어주니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신랑은 계란후라이 하나와 식빵을 구워 초간단 샌드위치를 만들어 운전하면서 먹으라고 싸준다. 둘째 머리 묶어주고 아이들 챙긴다고 내 몫은 그나마도 없다.
조금 일찍 일어나면 되는데, 10~20분만 덜 자면 아이들에게 밥을 해서 먹일 수 있는데 하루 한끼 엄마가 해 주는 식단이 너무 형편이 없다.
자라면서 엄마는 자식들 끼니 거르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셨다. 엄마는 지금도 전화하면 '밥 먹었니?' 먼저 물어보신다. 없이 살았던 옛날 분이라서 그러셨나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러니 아침밥을 안 먹으면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서울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한 탓에 학교까지 등하교를 하려면 50분에서 1시간이 걸렸다. 러시아워를 피해 학교에 늦지 않고 가려면 아침 6시 30분 정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항상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지으셨다. 도시락에 밥상까지 챙겨주실려면 5시에는 일어나셔야 했을텐데 엄마는 일하시면서 어떻게 단 한번을 빠뜨리지 않고 아침밥을 챙겨주실 수 있으셨을까?
그 때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내가 요즘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 아침밥 챙겨 먹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를 새삼 느낀다.
그렇게 아침을 대충 먹이고 아이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차에서 내려서 유치원까지 걸어가는 동안 올 겨울 마지막 눈이 될지도 모르는데, 눈 한번 만져 보라고 아이에게 장갑을 끼우고 부츠를 신겨 출발했다. 주차장에서 유치원까지 가려면 넓은 잔디밭을 지나가야 하는데 아직 아무도 그 길로 지나가지 않았는지 하얀눈밭이 고스라히 펼쳐져 있다. 아이와 일부로 그 길을 지나간다. 흰눈으로 수북히 덥힌 길을 엄마와 두손 잡고 지나가며 눈밭에 아로 새겨지는 발자국을 보게 하고 싶었다. 역시 예상대로 아이는 너무나 좋아한다. 유치원 앞에서 굳이 엄마랑 눈싸움을 한번 하고 싶다는 아이. 출근시간이 조금 늦으면 어떠냐 싶어 아이와 잠시 눈싸움을 즐긴다. 2~3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건만 아이는 너무도 즐거웠다 보다. 유치원 계단을 오르며 아이는 또 한 마디 한다.
엄마! 정말 재밌었어요. 엄마도 재미있었죠?
그 짧은 시간 눈싸움이 그렇게 즐거웠니? 싶으면서 아이들이 조금 크면 스키장도 같이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나의 위시리스트에 아이들과 함께 스키장에 가는 것을 포함시켜 본다. 3년 후 겨울에는 아이들과 함께 제대로 된 눈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스팀이 10$가 되면 그럴 수 있을까?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으니 얼굴 한 가득 미소를 머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