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순이 우리 엄마보고 할매라고 놀렸다. 잠이 안 온다. 내일 아침 먹고 따지러 가야겠다.
나 아주 어렸을 때 구전으로 친구들과 놀면서 불렀던 노래 가사이다. 1절만 알고 있었는데 네이버에서 가사를 찾아보니 참 재미있는 가사이다. 사실 이웃집 친구면 이치에 맞지 않거나 잘잘못이 있다면 따지기라도 하지 직장에서 상사에게 대들거나 따지고 들기란 쉽지가 않다. 분명 내 말이 100번 맞아도 상사가 틀리다고 하면 내 주장을 굽히지 않고 말하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상대방이 큰 소리를 내며 감정적으로 나올 때는 그냥 아무말 안하고 그 상황을 모면해 버리고 싶을 때가 대부분이다.
나도 벌써 16년차 직장인이다. 16년이면 어느 정도 내 분야의 베테랑이 될 법도 한데 새로운 일이 주어지거나 상사가 바뀌면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나마 결혼을 하기 전에는 상사에게 인정 한번 받겠다고 야근을 밥먹듯이 했지만 지금은 아이라는 혹이 붙어서 매일매일 해소하지 못하고 쌓여가는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올해는 승진한번 해 보겠다고 지금 이 자리를 선택해서 왔건만 바쁘고 할 일이 많아지니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선택을 했는지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다.
오늘 조금 억울하게 상사에게 큰소리로 꾸중을 들었다. 내막을 알고 나면 잘 했다 칭찬 받아도 모자랄 판국에 상사에게 질타를 당하니 속이 상했다. 다른 과에서 잘못 보고한 것을 내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잘못 된 것을 확인하고 처리방법을 이것저것 찾아서 문제가 될 여지를 줄이기 위해 상사에게 보고 했는데 상사는 일의 자초지종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나의 업무니 결과만 가지고 언성을 높이신다. 거기다 대고 다른 과의 잘못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고 이실직고 고자질 할 수도 없으니 속은 속대로 상하고 오해는 쌓여간다.
그러면서 일을 꼼꼼히 배워야 한다고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다 확인해 오라고 하신다. 그 분 딴에는 후배이자 부하 직원에게 일을 가르쳐 준다는 입장에서 그렇게하시는 건 이해하겠는데 가끔은 너무 한다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보기엔 전혀 불필요한 것도 꼼꼼해 확인하고 와서 보고하란다. 그렇다고 야근을 아예 안하는 것도 아니고 구내식당에서 급하게 밥을 먹고 와서 점심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업무 관련해서 지시한 것이 빨리 보고가 안되면 잠을 자지 말고 밤을 새워서라고 해 오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인정을 받겠다는 오기다. 보란듯이 오늘 지시한 내용을 다 확인해서 내일 처리결과를 보고 하고 싶은데 하필 신랑이 오늘 출장이다. 아이들 때문에 이제 오기만 부릴 뿐이지 제대로 능력발휘도 쉽지 않다. 여자니까, 아이 엄마니까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인데 막상 현실이 이러하니 속이 무지 상한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남에게 지기 싫은 마음. 오기.
오늘 자꾸 오기가 생긴다. 능력도 안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