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눈'을 만나러 가 보자

Words
514
Reading
3 min
Listen
Play
9y

일주일에 두번 전화영어를 한다. 그래도 명색이 미국까지 가서 공부했다면서 영어를 그것밖에 못하냐는 말이 듣기 싫어 이렇게 저렇게 해 보긴하지만 이 영어란 녀석은 좀처럼 늘 생각이 없는 걸 보니 나랑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나 보다. 늘기는 커녕 미국 갔다온지 10년도 훨씬 더 지났으니 점점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2005년 미국 땅에 첫발을 디뎠을 땐 내가 어떻게 미국에 가게 됐을까 싶을만큼 영어도 형편없었고, 발음도 엉망이었다. 영어엔 자신이 없었으니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이라 봤자 거의가 일본 아니면, 중국, 대만인 친구들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영어공부하는 방법이라도 조금 터득해서 다시 영어권 국가에 가서 딱 1년만 살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 곳에 가서 영어만 죽어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참 머리 좋을 이십대 때도 안 되던 영어가 지금 다시 가면 늘거라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건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암기식 영어의 폐허를 너무나 잘 알기에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지게 해 주고 싶은데 참 쉽지가 않다.

예전에 내 대만인 룸메이트도, 필리핀 영어 강사도 겨울 눈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대만도 필리핀도 모두 아열대나 열대우림 기후에 속하니 겨울에도 눈을 볼 수없는 나라이니 당연하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난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을 자랑스레 얘기하곤 했다. 눈이 오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은 얼마나 재미있는지와 겨울스포츠 등은 빠지지 않는 이야기거리가 되곤 했다.

d06-2.jpg

hjk96@hjk96님과 happyberrysboy@happyberrysboy님이 새해 소원을 말하는 릴레이에 감사하게도 나를 소환해 주셨다. 새해가 시작된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나는 마땅한 새해 소원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지금 아이셋과 함께 하는 내 일상이, 가끔은 맨붕과 만성피로로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너무도 행복하기에 더 이상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오늘 갑자기 그 '눈'이 생각났다. 대만친구들이나 필리핀 강사처럼 자기가 살아온 곳이 눈이 안 오는 곳이기에 눈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막연한 나의 선입견과 짧은 지식으로 내 주변의 것들을 판단하려고 들지는 않았을까.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마치 세상의 중심인 듯 우쭐되지는 않았을까. 내 나이 마흔이지만 아직도 보지 못했고, 경험 하지 못했고, 느껴보지 못한 것이 이렇게 많음에도 내게 이제 젊음과, 열정과, 패기와, 두려움없이 시도해 볼 용기가 없음에 시도조차 아니 꿈조차 꾸지 않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의 새해 소망은 내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나만의 '눈'을 만나러 가는 것으로 정해 보았다. 비행기를 타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가서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는 것도 내가 보지 못한 '눈'의 또 다른 모습일 것 같다. 물론 나의 그 모든 순간에는 우리 아이들도 함께 일것이다. 아이들만큼은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없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 주고 싶다.

이를 위해 영어란 녀석은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먼저 영어와 친해져 보려고 해 보겠다. 하루에 10분 이상은 꼭 투자해 보련다. 스티밋에 올라오는 영어 포스팅 1~2개 읽기 먼저 실천해 볼거다. 그리고 평생을 비행기 한번 못 타 보신 친정 엄마를 모시고 제주도라도 다녀 오고 싶다. 고령이신 엄마는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한번도 못 모시고 갔었는데 올 봄에는 꼭 가야지 싶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세계 여행은 기회가 되는대로 시도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봉사활동도... 생각만으로도 왜 이렇게 의지가 불끈 불끈 샘솟는지 모르겠다.


새해 소원 릴레이에 저를 추천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가 너무 늦게 올린 것 같아서 지명은 생략할게요.ㅡㅡ;;;

나만의 '눈'을 만나러 가 보자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