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생선구이

happylazar(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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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낚시하러 가자"

9살때인지 10살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추석 때 섬에 있는 할머니 집에 방문한 나는 또래 친척들과 2살 어린 동생을 데리고 집 앞에 있는 바다로 모두들 손수 만든 대나무 낚싯대와 미끼로 쓸 지렁이를 들고 왁자지껄 떠들며 이동했다.

다들 어려서부터 낚시를 해봤던지라 바다가 무섭지도 않았고, 고기를 못 잡는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 오락실도 없고 텔레비전도 잘 나오지 않는 시골이라 낚시는 이미 우리에게 하나의 친숙한 놀이문화였다.

바다에 도착하고 각자 물고기가 잘 잡힐 것 같은 명당에다가 미끼를 낀 낚싯대를 드리웠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다들 손바닥만 한 노래미를 잡아 올렸다. 각자 머릿수에 맞게 4마리의 물고기를 잡자 나는 부모님 몰래 가져온 성냥을 꺼내들고 외쳤다.

"우리 고기도 구워서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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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보던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폭포로 떨어져 조난 당하거나, 강 주변을 이동할때면 만화속 주인공들은 항상 사진처럼 나뭇가지로 생선을 입에서부터 꼬리까지 뚫어서 구워먹던 모습들... 벌써 20년도 전에 봤던 만화라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해당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10살 꼬마였던 나는 그 장면을 무척이나 따라하고 싶었다.

성냥을 꺼내들고 고기를 구워먹자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뒤에 있는 산에서 조막만한 손으로 잔 나뭇가지들을 주워왔고 불을 피울수 있는 준비를 끝냈다. 다들 시골집 아궁이에서 불장난을 해본 경험이 많은지 꼬마들 답지 않게 그럴싸해 보이는 모닥불을 만들어 냈고, 조금 뾰족한 나뭇가지를 하나씩 들고 자신이 잡을 물고기 입을 향해 꽂아 넣었다.

내용 그대로 갓 잡은 살아있는 물고기를 향해 나뭇가지를 꽂아 넣은 것이다. 비늘도 벗기지 않았고, 배를 따고 내장도 없애지 않은 그런 살아있는 생선에 나뭇가지를 넣자, 물고기는 고통에 몸부림쳤고 나뭇가지는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느껴졌던 손에 감촉은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그로테스크 하였다. 꼬리까지 넣는 것을 포기하고 힘을 써서 억지로 절반쯤 밀어 넣고 대충 마무리하였다.

그렇게 모인 4개의 나뭇가지를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불 주변에 세워두었다. 점점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와 소리가 났지만, 어린아이들의 인내심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몇 분을 기다리다가 못 참고 세워두었던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 물고기를 불에 그대로 가져다 대었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에 다들 함박웃음을 지었고 금방 맛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를 들었다.
펑, 펑, 펑, 퍼펑
손질하지 않았던 물고기의 내장이 뜨거운 열기를 만나자 안에서부터 부풀어올라서 차례대로 터져나갔고 우리는 놀래서 나뭇가지를 집어던지고 뒤쪽으로 도망갔다. 폭발 소리가 없어지자 다들 모닥불로 물려가서 물고기를 확인했다.

우리가 확인했던 모습은 만화 속 모습은 당연하게도 아니었고, 어머님께서 정성스레 구워준 그런 모습도 아니었다. 손질이 안된 생선은 비늘이 익어서 하얗게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있었고, 억지로 꽂은 나뭇가지로 인해 제멋대로 휘어져있었다. 폭발 소리를 냈던 문제의 배쪽 또한 무사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동생과 친척들은 인상을 찡그리고 다시 낚시를 하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호기심이 유독 강했던 나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그나마 정상적인 물고기를 집어 들고 깨끗해 보이는 쪽을 손으로 약간 뜯어서 입에 집어넣었다. 그때 그 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고기는 제대로 익지도 않았으며, 소금 간도 양념도 되지 않았던 상태라 오물거리던 내 입안으로 형용할 수 없는 비린 맛을 선사해 주웠다. 그 맛을 느끼자마자 황급히 입 밖으로 뱉어내었다.

역시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며 실망한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서 낚시를 계속하였다. 조금 뒤에 숙부님께서 와서 참사 현장을 확인하고 우리들에게 하나씩 고기 손질하는 방법을 알려주웠지만 이미 흥미가 떨어져서 머릿속으로 설명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낚시 놀이를 끝내고 우리가 잡은 생선을 들고 할머니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상에는 우리가 잡은 생선이 먹기 좋은 모습으로 올라왔고, 어머님께서 내가 먹기 좋게 가시를 발라서 수저 위에 올려 주웠다. 역시 어머님에 해주시는 요리가 가장 맛있다는 걸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하다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나는 구워진 생선 꼬리를 들고 입안으로 한 입에 넣어보려고 했지만 가시가 무서웠던 나는 상상만으로 그 행동을 끝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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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도 도전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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