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 단상] 의도된 불편함, 향유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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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 훌쩍 한국을 떠난 happycoachmate@happycoachmate입니다.

여행이 끝나가니 아쉽기도 하고, 또 드디어 한국음식이 그립기도 합니다.

약 40일의 여행 중 한국음식은 한끼도 먹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기 보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식이 너무 맛있고, 또 속을 편하게 해줘서 찾을 필요가 없었답니다. 특히 남편은 밀가루음식만 먹으면 바로 신호가 오는 사람인데, 이탈리아에서는 한번도 속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네요. 매 끼니마다 밀가루 음식을 먹었음에도요.

여행중 불편함이 참 많습니다. 음식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빠름, 빠름"을 외치고 살다가 "빠름"이라는 말을 하면 좀 이상한 동네에 툭 떨어진 것같습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말이죠.

여기 사람들은 참 느립니다. 밥을 주문하는데도 한참이 걸리구요.. 음식이 나오는 데도, 먹고 계산서를 달라고 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는 건 우리 뿐, 다른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삶이어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다들 잘 아실거에요. 여기 나라 보도블록은 돌덩어리라는 거. 그래서 유럽에서 자주 옮겨다닐려면 베낭을 가지고 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캐리어 바퀴하나 쯤은 부서질 각오를 하라고요. 말그대로 유명 유적지마다 바닥은 돌입니다. 그것도 매끈한 돌이 아니라 울툴불퉁, 운동화를 신고도 잘못 걸으면 발목을 삘 수 있는 그런 바닥입니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살까.. 아스팔트깔면 될텐데..했지만 이 것도 이유가 있더군요. 이 돌바닥이 지면의 충격을 흡수/분산해서 유적지의 건물들에게 진동이 가지 않도록 한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유적지 주변의 도로는 모두 돌덩이로 도로를 깐다는군요.

그리고 직접 느껴 본 것도 있어요. 비가 왔을 때 확실히 돌바닥이 배수가 훨씬 잘 됩니다. 시칠리아 팔레르모에 있을 때 천둥번개에 비가 왔어요. 억수같이 왔죠. 식사를 한 식당 근처의 도로는 돌멩이로 되어 있어서 신발이 젖지 않았는데, 그 곳을 벗어나 시내로 나오니 온 도로에 물이 고여 단 1분 만에 운동화가 젖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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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주변의 도로는 참 좁더군요. 게다가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어 더 좁고요. 그 좁은 도로에 카페에서는 테이블을 놓고 장사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좁은 도로에 테이블 놓았다가는 당장 신고들어가고 난리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 좁은 길을 사람들도 차도, 잘 피해 다닙니다. 좁은 길에 차가 들어오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자리를 비키고, 웨이터가 운전사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안내를 합니다. 그리고 차가 지나가면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앉아 식사를 즐깁니다.

건물도 많이 낡아서 엘리베이터는 수동으로 문을 열고 닫아야 합니다. 자동차는 2인승도 많고, 심지어 1인만 탈 수 있는 차도 많고요. 게다가 대부분 수동기어입니다. 대문도 열쇄로 열고 들어가더군요. 좀 오래된 호텔에서도 묵직한 쇠덩어리 열쇄를 줍니다. 물론 구시가지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유적지 주변은 개발이 제한된다고 하니까요.

하나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탈리아 기차표, 가장 저렴한 레지오날레를 타는 기차표였습니다. 기차표 발권을 했는데, 몇시 기차인지, 몇번 기차인지, 어디서 타야하는지가 전혀 없는거에요. 내가 예약한 기차시간을 알 지 못하면 기차를 놓칠 수도 있는 거에요. 우리나라 기차표에는 몇시, 몇호, 좌석번호까지 다 나와있고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앉아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완행 기차에는 그런 게 없더랍니다. 피사에서 피렌체로 오는데 기차시간이 없어서 정말 황당했죠. 잘못알아듣고 밀라노로 갈 뻔 했죠. 그런데 나중에 이해가 되는게 (이해만 되었지 납득이 된 건 아닙니다...ㅎㅎ) 이 기차표는 발권해서 2달간 사용이 가능하다네요. 그 기간 동안 언제든 기차를 타면 된답니다. 그걸 안 순간, 이탈리아 사람들의 "느림" 또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았죠. 이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우리와 같은 빡빡함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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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돌아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느낌으로 살아가려면 여행을 떠나라고 합니다. 특히 완전 다른 문화권으로 가보라고요. 이번 여행이 제게는 그랬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이 정답이라고 했던 것들이 정말 정답인가..하는 의문을 많이 가지게 합니다.

이제 막 여행이 끝나가려는 참입니다. 이 여행이 끝나고 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생각들이 발효되어 더 좋은 풍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 참 좋습니다...

PS. 불편함의 최고봉은 이탈리아 본토에서 시칠리아 섬으로 갈 때였습니다. 본토에서 섬까지 거리는 약 10km정도입니다. 그 바닷길을 배에 기차를 싣고 갑니다. 우리나라였으면 당장 다리 놓아야 한다고, 지하터널 뚫자고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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