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은 서비스가 아니라 인프라다. 그 인프라의 핵심은 주목 경제를 기반으로 설계된 코인 시스템이다. 개발자들이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이해하면 스팀잇의 발전 방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스팀잇을 논하는 글들을 보면 스팀잇의 메인 개발자들이 간단한 편의 기능 하나 붙이지 않는다고 투덜대는데, 이는 근시안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스팀잇의 메인 개발자들은 인프라로서의 스팀잇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맞다. 그럼, 서비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프라로서의 스팀잇은 수많은 개발자들을 끌어들일 것이 분명하다. 개발자들은 인프라만 제공되는 스팀잇에 다양한 UX와 쓰임새로 구별되는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스팀잇의 근간인 주목 경제에서 비롯되는 이익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스팀잇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여를 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 중, 한국 개발자들도 많다.
스팀잇-개발자(인프라-서비스)의 관계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기존 플랫폼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트위터 초기, 트위터의 API를 이용하여 수많은 트위터 앱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수많은 기여는 트위터의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데 큰 공을 했고, 그 결과 트위터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메이저 서비스로 자리잡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가치는 모두 트위터 본사로 집중되었다. 트위터 생태계를 구성했던 앱 개발자들은 트위터의 API 정책 변경과 함께 빈털털이 신세로 시장 밖으로 밀려났다.
인프라로서의 스팀잇은 이와같이 독점 기업의 불공정한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꿔낼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스팀잇에 기여하는 만큼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익의 크기 역시 스팀잇 메인 개발자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스팀잇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직접 결정하게 된다. 인프라로서의 스팀잇은 이 과정을 시스템적으로 이미 해결해 놓았다. 개발자로서 가슴뛰는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팀잇 인프라의 변화를 가져오는 의사 결정 과정 역시 혁신적이다. 트위터가 API 정책을 본사에게만 유리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외부 개발자들은 그 어떤 논의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트위터 이사회의 결정을 통보받고, 분노하거나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스팀잇의 시스템 변경 과정(포크)은 거버넌스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부 개발자들의 감시와 참여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스팀잇은 외부 개발자들을 끌어들여 이익을 공유하며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외부 개발자들은 예측 가능한 인프라를 쉽게 이용하여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웹3.0 경제이고, 넥스트 빅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