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제3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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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y

5월의 어느날 초저녁, 발그스레 익어가는 앵두나무 아래 우리가 모였습니다.

작기는 하지만 도담스레 맺힌 열매 무게에 가녀린 가지들이 축축 늘어져 있어 손이 닿는대로 몇 개를 따 입에 넣었습니다. 새콤하고 달콤한 즙과 향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의자를 둥글게 모으고 둘러앉아 음악회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진의 '카로미오 벤' 이 영의 반주를 타고 흐르자 모두들 부드러운 바리톤의 음색에 흠뻑 젖어듭니다.

이어서 숙이 토스티의 '기도'를 부릅니다.
때맞추어 나뭇가지를 스치는 봄바람에 실려 마냥 어린 소녀인 줄 알았던 그녀의 노래는 청아한 소프라노로 서편 하늘을 물들입니다.

유는 '아람브라궁전의 추억'을 연주했습니다.
친구들 눈빛읗 보아 소소한 실수는 눈감아 주는 듯 합니다.

한 시간쯤 계속된 음악회는 모두 아는 성가 몇 곡을 합창하므로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앵두주 한 잔씩 나누며 이 음악회를 힘닿는 한 계속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에필로그: 그날 모였던 친구들 중 둘은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고, 건반을 연주하던 녀석은 피아노를 계속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부모님의 허락을 얻지 못한 저는 영문학을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제 2회 앵두제도 열렸습니다. 하지만 아주 안타까운 청춘의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사연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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