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범 일지>
6월 x일, 날씨: 이럴 수가
46번 국도에 접어든 것은 14시 55분
80킬로 제한 속도를 준수하려 애쓰며 6월의 오후를
가로지르노라니
완곡한 S자 언덕 말미에서 노란불이 점멸한다.
설까 말까
설까 말까
찰나에 십수 번을 오가는 마음에 걸리는 사소한 양심
횡단보도 앞 적절한 거리에서 멈추는 동시에
15시 5분, 빨간 불이 켜진다.
1등.
2, 3, 4, 5등이 준법정신을 비웃는 듯 신경질적으로
비켜간다. 그 때
저만치서 헐떡헐떡 달음질치는 아낙-
의 기왕 땡볕에 익은 구릿빛 이마 위로 쏟아지-
는 땀에 허름한 겨드랑이는 젖었-
고 짐은 버거운-
데 졸던 아기는 설깨어 달음질치는 엄마 등에서 벙-
찌고 오른 손에 질-
질 끌리는 네댓 살 사내아이는 덜미 잡힌 황구처-
럼 거품까지 물었다.
약 20초 후, 다시 점멸하는 신호등! 순간
여인네의 표정이 사뭇 아득하다
걸음나비는 뻔하고 신호등은 가차 없는
4차선 국도의 한복판
가속기에서 발을 떼고 그녀의 횡단을 기다린다.
15시 6분, 가까스로 횡단 완료
여인은 일단 짐을 내려놓고 땀을 훔치며
해냈다는 흡족한 얼굴로 누렇게 떠버린 아이를 추스린다.
등에 매달린 녀석은 아무려나 콧방울까지 불며 젖혀져
'뭔 일 있었남?...'
약 5초 후, D기어를 넣고 가속기를 밟는다.
규정이야 80킬로지만 왠지, 조금, 혼자, 뿌듯해져서
이글거리는 한낮의 햇살을 가르며 속도를 높이다가
15시 10분경,
잠복 중이던 교통경찰에 검거, 딱지를 뗀다.
장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