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단짝이던 친구 넷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또 어울리게 되었다.
크게 사고치는 말썽꾼들도 아니고 앞장서서 선행하는 모범생도 아닌 그저그런, 그러나 노는 것이라면 야무진 아이들이었다.
고교야구 결승전이 벌어지는 날이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기어코 가야했고, 연극을 좋아해 자주 보러 갔었다.
고등학교에서의 첫 시험이 끝나던 주말 양평으로 자전거 하이킹을 가기로 했다. 전철로 구리까지 가서 미리 점찍어 둔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양평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지만 약속 장소인 노량진역으로 나갔다. 약속한대로 양평으로 향했다. 비가 그칠 것같진 않았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요즘은 양평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이어지지만 그 당시에는 찻길따라 달리는 코스였다. 춘천과 양평이 나뉘는 3거리에서 일단 멈췄는데, 세 녀석 표정이 묘하다.
"빗속에 이 길은 무리인 것 같아."
"글쎄 그렇긴 하네. 생각보다 위험해."
구리도 못 벗어났는데 돌아설 것만 같았다.
어렵게 준비한 하이킹이니 조금만 더 가보자며 다독여 십여 분을 달렸는데. 괜한 짓을 했나보다. 한 녀석이 멀쩡히 서있는 리어커를 들이 받고 자빠졌다. 빗물 탓에 잘 볼 수가 없었단다.
찌질한 4명은 거기서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했다.
문제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 였다. 새벽에 나와 한 시간 남짓 탔으니 긴 오후를 어찌할까 논쟁하다가 가위 바위 보로 결정자를 정하고 따르기로 했다. 내가 1등이었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들이자고 했다. 말로는 들이받고도 멀쩡하니 감사해야 한다고 했지만 내심은 멋진 하이킹을 망친 녀석을 골탕 먹이자는 속셈이었다. 교회에 가 본 적도 없는 녀석들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다들 투덜거렸지만 약속은 약속. 한데 내가 졸고 말았다.
두 번째는 영화보기였다. 당시에는 천 원에 3편을 방영하는 극장들이 꽤 있어서 그 중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지린내 나는 극장에서 3편의 영화를 보고 나오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무슨 자전거 하이킹이 교회에서 졸고 극장에서 졸고, 이렇게 싱거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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