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장마가 시작되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더니
벌써 대지와 초목엔 상채기가 남았습니다.
뜬금없이
속리산에서 만났던 정이품송이 떠오릅니다.
초등학생 때 가족여행 중 만났던 정이품송은
그 기상이 사뭇 감동적이었지요.
그 풍모에 반해
속리산을 오를 때면 늘 돌아보곤 했는데
대학 시절 친구들과 들렀을 때도
세월이 흘러 아들과 함께 찾았을 때도
그리 건장하더니
올 초 산행길에 들렀을 땐
초췌한 모습이었습니다.
겨울 눈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가 부러졌답니다.
병상에 누운 지인을 문안하듯
가슴 한켠 저려왔습니다.
오늘 다시 빗줄기가 장하여
마당에 놓인 평상에 앉아 낙수소리에 젖어드는데
예쁜 무당벌레 한 마리가 비를 피해 평상에 오릅니다.
그 깜찍한 모습을 렌즈에 담으며 바래 봅니다.
오늘 나의 처소를 찾아준 무당벌레가
장마내내 무사하기를
그리고
패인 산자락이 치유되기를
가지 꺾인 떡갈나무와 가로수에 새살이 돋기를
속리산 정이품송이 그 위용을 되찾기를
P.S. 앗! 이럴수가...
턱을 괸 팔꿈치 끝에서 뭔가 으직하더니
이녀석 찌그러져 있습니다.
삼가 명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