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성수대교 붕괴 사고 후 당산철교의 결함이 발견되어 재시공하면서
2호선 전철이 합정역과 당산역 사이에서 끊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당시 전 마포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동료들과 한 잔 하게 되었습니다.
1차, 2차,3차 하느라 시간이 늦어지고 드디어 집으로 향하려다
문득 사무실에 두고 온 무언가가 떠올랐습니다.
꼭 가지고 가야할 물건이어서 텅빈 사무실로 돌아가 불을 켜고 앉았는데
술기운을 빌어 영감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봇물 터진 듯 글을 쓰다 보니 새벽이 가까와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귀가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앉아 있자니 고독한 미식가처럼 홀로 한 잔 하고픈 생각이 드는 겁니다.
홍대앞으로 나가 정말 고독한 사내가 되어 한 잔 더 하고 첫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객실은 텅 비었고
심심하고 술기운도 돌아 그만 졸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깨우기에 눈을 떠보니 당산역인 겁니다.
요즘은 계속 앉아 있으면 다시 한 바퀴를 돌 수 있겠지만
다리 공사 탓에 꺼꾸로 도는 전철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갈아탔어도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고
다시 심심하고 술기운이 돌아 그만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얼마 동안을 잠에 빠져있었는지
갑자기 주변이 웅성웅성하길레 살짝 한 쪽 눈만 뜨고 보니,
어느사이 출근길 손님들로 붐비는 속에
제가 아예 안방인양 누워있는 겁니다.
다시 눈을 감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보니
등에 땀이 맺힙니다.
다음 역에 전철이 서자마자 벌떡 일어나
얼굴을 가린 체 뛰어나가는데 뒤통수가 뜨겁습니다.
"젊은 놈이 어쩌고..."
"왜 저렇게 사는지 저쩌고..."
도망치듯 뛰어 나오고 보니 세상이 훤하게 밝았습니다.
출근하느라 바쁜 사람들 사이로 폐인처럼 걷노라니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그날 교훈을 되새기며 술 좀 줄였어야 했는데
어제도 어쩌다보니 늦은 시간까지 한 잔하고 현관을 들어서니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았다가 그대로 잠이 든 모양입니다.
깨보니 모두 출근하고 등교하고 혼자 남았더군요.
쓰린 속 부여잡고 출근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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