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하기는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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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y

대학 때 이야기입니다.
봄철 과대항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출발부터 불공정한 게임입니다. 과마다 인원이 제 각각이고 남녀 비율이 다릅니다. 제가 다니던 영문과는 여학생이 거의 절반이었고, 참가할 구기 종목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너무 많았기에 운동에 소질이 있는 친구들은 서너 종목을 뛰어야 했고, 저 같은 사람도 출전해야만 한다기에, 사실 중학교 체육시간에 토스하기 시험 이 후 한 번도 배구공을 만진 적도 없었지만, 나름 쉬워 보이는 배구를 택했습니다.

첫 시합 상대는 화공과였습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상대편이 벌써 나와 연습하고 있는데 보기에도 실력이 출중합니다. 우리 팀은 한 두번 손을 맞춰봤는데 서브가 제대로 들어가는 것 조차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우리 과 여학생들이 선수들보다 먼저 나와 응원을 준비하다가 우리가 들어설 때 파이팅을 외치며 막걸리를 한 사발씩 먹입니다. 안마도 해줍니다. 공대 친구들이 몹시 부러운 눈길로 힐끔거리는데, 아무튼 시합 전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합이 시작되자 여지없이 우리의 실력이 드러나고, 아마 배구 역사상 최단 시간 내 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기 후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우리 과 여학생 몇이 공대 친구들과 쑥덕이더니 즉석 미팅을 하고 우리를 남겨둔 채 사라진 겁니다.

학교 앞 중국집에서 짬뽕국물을 안주삼아 소주를 들이키며 한풀이를 하는데, 한 녀석이 겨우 한다는 말이,
"지집애들 두고 보자. 낼 몽땅 져버릴거야."
"..."
"..."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렇게 찌질할 수가...

배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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