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키순대로 번호를 결정했었습니다. 제일 작은 친구가 1번 제일 큰 친구가 끝번호였지요. 아주 작은 친구들이나 큰 친구들은 번호 정하기가 수월했지만 고만고만한 친구들은 서로 뒷번호가 되려고 애쓰곤 했습니다.
저의 키는 국가가 공인한 172센티 입니다. 중1 때 165였고 중2 때 168쯤 이었습니다. 어떻게 기억하느냐고요? 사연이 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날, 번호를 정하기 위해 제일 작은 친구부터 제일 큰 친구까지 줄을 섰습니다. 저는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작은 쪽도 아니어서 대충 뒤쪽에 섰습니다. 그때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한 반이 되었는데 함께 있다가 그 친구는 조금 작은 편이어서, '넌 키가 커서 좋겠다' 며 앞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친구는 10번쯤이 되고 저는 52번인가 그랬습니다. 3년 후 우린 다른 고등학교에 배정이 되었고 서로 보지 못한 채 고2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하교길에 버스에 올랐는데 그 친구가 앉아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야- 널 여기서 보는구나. 어떻게 지냈니?" 했더니,
그 친구도 환하게 웃으며 일어섭니다. 그리고는 의아하다는 듯 위 아래를 훝어보는 겁니다. 잠시 당혹스러웠는데, 이 녀석 뭘 먹고 살았는지 키가 훌쩍 자라 있던 겁니다. 대략 봐도 180은 넘지 싶었습니다. 반면 저는 자취를 하며 지내는 바람에 제대로 먹질 못해서 그랬는지 그때 키가 170이었습니다. 그 친구 생각엔 내가 꽤 컸었는데 자기 턱 밑에 서 있는 것이 조금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나 봅니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한다는 말이, ' 야, 너 왜 고만해?'라니
그 친구도 그 말을 하고 좀 미안했던지 다시 한다는 말이,
"어디 아팠었니?"
그 말도 이상했던지,
"고생이 많았나 보구나"
그 말도 이상하긴 매한가지니 어색하게 웃고 말더군요.
키가 훌쩍 자란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좀 창피한 생각도 들어 억지로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괜히 열을 받고 그날부터 키 크기에 돌입, 쳐다보지도 않던 멸치 먹기, 우유 마시기,농구 하기 등에 힘썼습니다만 2센티쯤 더 자라고 말았습니다.
몇 해 전 건강검진을 하는데, 키가 170센티로 나왔습니다. 그럴리가 없다며 다시 재기를 고집하고 뒤꿈치에 힘주며 잰 결과 170.8
아니 이럴 수가... 작은 것도 서러운데 이젠 줄어들기까지 하고 있습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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