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

hansangyou(63)
Published in
#kr
Words
124
Reading
1 min
Listen
Play
9y

가을나무

      한 상 유

어깨를 툭 치는 햇살 한줌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고
온기 잃은 거리를 훑어 떠다니는
너의 뒷모습, 어지러이
허리 꺾인 그림자 하나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다
차마 간직할 수 없는 것들 떨구고
바람이 흩어놓은 가슴으로
푸석해진 머리카락 추스리며
저만치 가는 가을을 본다

가릉나무.jpg

시월의 어느 날, 문득 정 시인이 찾아와 시 한 편을 시화전에 출품해주었으면 하시기에 그간의 졸작들을 펼쳐보았습니다.
어설픈 넋두리와 부질없던 젊은 날을 배웅하는 술 고픈 노래, 갈 테면 가 돌아서 놓고 홀로 취해 밤새 앓던 뒷골목 여인숙의 기억 그리고 발길 닿은 대로 들어섰던 어느 살골 마을의 해 질 녘...
그중에 계절에 어울릴만한 한 편을 골랐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인 가을나무 입니다.
시 몇 편을 새삼 읽으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게 시는 무얼까?
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젊음을 불태우던 놀이, 남은 날들을 사를 만한 한바탕의 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