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겨울 눈이 몹시 내리던 날, 친구들과 청평엘 놀러 왔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쳥평역에 내려 눈 덮인 논둑길을 걸어 당시에는 꽤 알려져 있던 안전 유원지로 갔습니다. 일단 강변 주점에서 막걸리 한 잔 씩 하며 몸을 녹인 후 다시 호수로 향했습니다.
흐린 하늘이 내려앉은 호수는 클림트의 그림 속 아터 호수보다 경이로웠습니다. 조금은 두려움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호수로 내려갔습니다. 주저주저하다가 엄청 두껍게 얼어 있는 호수를 확인하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겅둥겅둥 뛰어 보고 미끌어지기도 하고 눈싸움도 하고 서로 밀고 끌며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때 쩡--하며 호수 어디선가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 모두 쫄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워낭 소리같은 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멀리 눈안개 속에서 희미한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우리에게 플란더스의 개와 닮은 엄청 큰 개가 목에 달린 종을 울리며 썰매를 끌고 다가왔습니다. 썰매에는 장작이 실려 있었고 닥터 지바고처럼 털모자를 쓴 아저씨 한 분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이국적인 광경에 매료되어 아저씨를 따라가 그의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카페 한복판에 난로가 있고 그 위에 놓인 주전자에선 김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한동안 그 카페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그 카페는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다음에 소개하려 합니다.
어제 호수를 찾아 갔습니다. 그날처럼 꽁꽁 얼어붙은 풍경을 보니 옛생각이 떠올라 몇 장 찍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은 호수에 들어갈 순 없습니다. 혹 이번 겨울 청평 호수를 찾아오실 기회가 있으시면 그저 눈에 담으셔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