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흐드려져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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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y

개망초 흐드러져

   한  상  유

찔레 덤불 허리춤께
올망졸망 모꼬지는
신바람타고 마을 어귀에서
둘러보니 산등성이까지
치배 없고 잡색은 시원찮다만
작고 흰 얼굴 쳐들고 어깨를 달싹이며
쨍하니 초여름 햇살 살라 놓고

넋없이, 살모사 한 마리
눈이 마주쳤것다. 어지간히 데면데면한 우리 사이
줄행랑친다는 게 얼쑤
그 흥타령 속, 에라 모르겠다 나자빠져
하늘을 보니 이제 발정도 시들한
밤나무 위에 까마귀 각시 달보드레
솜구름 두둥실, 졸려...

어이쿠, 배암 새끼 여기서 똬리를 트네 그려
이놈 꽃잔치에 어지간히 얼빠지게 하는군

길5.jpg

우리 마을 뒷산엔 소박한 약수터가 있습니다. 늘 흐르는 약수도 시원합니다만 그 곳에 이르는 길이 참 예쁩니다.
그 길가엔 철따라 꽃들이 피어납니다. 도시에서 자란 탓에 그 이름조차 다 알진 못 하지만 봄기운이 일기 시작하면 노란 꽃들이 피고 얼마 후엔 흰 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꽃들이 만발합니다.
작년 봄, 마을 어귀에 작고 흰 꽃이 몇 송이 보이더니 이내 밭두렁과 낮은 둔덕, 산등성이까지 흐드러집니다.
개망초지요. 한 송이는 보잘것 없지만 꽃의 군락을 지나는 일은 정말 행복한 길놀이지요.
그 꽃밭 한가운데 누웠는데 밤나무 위에 까마귀 한마리가 졸고 있고 하늘엔 흰 구름이 떠갑니다. 그런데 앞쪽은 퍼렇고 희한하게도 반은 붉은 색인 뱀 한 마리가 제 옆에 또아리를 트는겁니다. 이 녀석도 꽃향기에 취했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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