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뜨락엔 어느새 앵두가 송글송글 맺혀있습니다.
여러 해 전 이곳에 머물만한 처소를 마련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몇 그루 나무를 심는 것이 었습니다.
친구네 집 뜰에 서 있던 대추나무
대학 시절 추억이 깃든 라일락
삼남 어디선가 마주쳤던 미선이
서양 귀족들이 먹던 열매가 맺힌다는 말에 현혹되어 심은 아로니아 다섯 그루 그리고
오늘의 화두인 앵두나무
중3 때 장교로 전역하신 아버님께서 서울 근교에 직장을 잡고 정착하시면서 홀로 서울에 남게된 후, 주말이면 부모님께 내려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그 지역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그곳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상의하진 않았지만 당시 나의 꿈은 음대에 진학해서 작곡이나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음악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기에 피아노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마을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젖어든 고1 겨울방학에 학생부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시골임에도 음악을 전공하려는 아이들이 나 말고도 셋이나 더 있어 그들 중심으로 음악회가 준비되었고, 우린 자연스럽게 가까와졌습니다.
난 피아노와 기타를 담당했었고 음악회는 어설펐지만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중에 성악을 전공한 친구의 제안으로 그의 집에서 뒤풀이를 하게되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서울내기가 늘 보던 골목가에 다닥다닥 붙은 그런 집이 아니었습니다.
친구 아버님이 경영하시는 묘목장을 지나자 몇 대째 이어져 온 한옥이 보이고 마당엔 은행나무를 비롯해 아름다운 수목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아버님의 뒤를 이어 조경을 하시는 셋째 형님이 그집 정원을 예쁘게 꾸며 놓으신 겁니다.
마당 한편에 놓인 평상너머 시들어 있는 넝쿨은 포도가 아닌 달래였고, 그 옆에는 보리수나무 그 옆에는 당시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어려운 키작은 대나무 또 그 옆엔 오늘의 주인공인 앵두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제가 심은 앵두나무에 꽃향기가 그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