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빛 눈동자의 소녀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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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때, 어학원에서 일하던 동아리 선배가 학교를 찾아 왔습니다.
손바닥만한 스테이크와 한 판에 세개씩 놓인 후라이를 매일 먹었더니 라면이 제일 그리웠었다는 이야기며, 한 흑인 병사는 똥싸러 가면서 샌드위치를 들고 가더라는 이야기며 한국 군대와는 사뭇 다른, 형이 복무했던 카투사 무용담을 안주 삼아 한 잔 했습니다. 헤어지려는데,
"이번 주말 친하게 지내는 원어민 강사와 저녁 약속을 했는데 너도 함께 보자." 하는 겁니다.

첫인상은 좀 섬찟했습니다. 190 가까운 키에 팔뚝이 내 허벅지보다 두껍고 두눈이 부리부리한 흑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청파동 숙대앞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습니다. 고기 한 점에 한 잔씩 정말 잘 마십니다. 이태원 카페에서 2차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즐거웠다며 또 보자 합니다. 별 생각없이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 당시 전 신촌에 있는 한 카페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었는데, 어느 주말 그가 선배와 함께 왔습니다.

제 시간이 끝나고 함께 한 잔 하다가 문득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주겠답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를 깨기 싫어 거절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속으로 엄청 키가 크고 팔뚝이 내 허벅지만한 흑인 여성을 그려보며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말, 정말 그가 한 여성과 함께 제가 노래하는 카페에 왔습니다. 놀랍게도 금발의 백인이었습니다.

마주앉아 인사를 나누려다 깜짝 놀랐습니다. 피노 대니의 그림 속 여인과 그녀가 너무 닮은 겁니다. 눈이 호수 빛깔입니다. 그녀가 미소지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그 눈빛에 빠진 난 그날 무슨 말이 오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피노1.jpg

Pino Dae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