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가는 길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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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가는 길

             한  상  유

갈빛 바람 등 떠밀고
이른 햇살 다사로이 이끄는 대로
이르러

까마귀 떼 먹골 높은 하늘을 날고 싶어 날고
울고 싶어 울다가
배 떨어진 줄도 모르는 걸, 구지
날 반긴다고 생각하지

이 길 끝에서 시원한 샘물에 목을 축이고
돌아오는 길, 밤 몇 톨 주워 주머니 불룩할 때 즈음
이 길이 내 길이요
한 번
우겨보는 거지

우리 마을 뒷산엔 아담한 약수터가 있습니다. 물론 시원한 약수가 늘 흐르고 쉴 만한 작은 정자 하나와 몇 가지 운동기구들이 있습니다.
약수터 자체는 여느 동네의 약수터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만, 가는 길이 아름답습니다.
저의 집에서 약수터 가는 길은 중간에 있는 작은 도랑 위 다리에서 두 갈래로 나뉘는데, 저는 조금 돌아가는 왼쪽 길을 좋아합니다.
그 길 초입에는 뽕나무 한 그루가 있어 봄에는 일단 오디를 한 입 가득 채우고 지나가지요. 조금 더 가면 찔레꽃이 피어 있고 다시 은행나무 몇 그루를 지나 밤나무가 가로수처럼 서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길가엔 알밤이 지천입니다. 그저 주우면 됩니다.
그 날도 몇 톨 주워 주머니가 불록해지니 기분이 좋아 쓴 시입니다.
까마귀들도 그길을 좋아하는지 늘 그곳에서 저를 반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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