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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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창을 여니 잿빛 하늘 기대는 창가에 짙은 향기가 밀려듭니다.

정신없던 3월이 지나고 조금은 대학생다운 스무 살의 4월, 소녀들의 속삭임보다 황홀하게 마음 빼았던 그 향기입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의 문리대 건물은 오랜 풍파를 견뎌냈지만 드디어 세월다하여 무너질 듯 복도마저 삐걱거리던 2층 돌집이었습니다. 늘 우중충한 분위기가 감돌던 이 건물의 백미는 봄날의 화장실입니다.

쉬는 시간 일을 보러가면 2층 창문아래 보랏빛으로 하늘거리는 라일락 향기가 실내를 가득 매웁니다.

앞에서 쉬를 하던 사람이 그 향기에 취해 볼 일 다 보고도 멍하니 서있으면 뒷사람은 급하게 되고 재촉을 하고서야 정신이 든 그가 물러서면 그 다음 사람도 역시 멍하게 서있곤 했습니다.

그날은 그 향기에 반해 아예 밖으로 나가 화단에 누웠는데, 성긴 가지마다 포실한 보랏빛 꽃송이들 사이로 푸른 하늘마저 내려와 눈부시게 맺혀 있었습니다.

시작종소리를 몽롱한 체 들은 것도 같은데 잠이 들었던 건지 문득 눈을 뜨자 코가 다을 듯 우리 과 여학생 한 명이 제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터진 그녀의 웃음소리가 보랏빛 꽃송이와 가지 사이 맺혀있던 푸른 하늘과 어울어져 꽃밭 가득 피어 납니다.

마당으로 나서니 더욱 짙어지는 꽃향기 속에 그녀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혹 이글을 읽고 돌집이며 라일락 향기가 낯설지 않다면 저와 동문이실 겁니다.

라일락1.jpg
창가의 라일락이 활짝 피었습니다.

라일락2.jpg
직접 심은 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