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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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y

몇 해 전 일이 문득 생각납니다.

친구가 전화를 걸어 안성엘 가자 합니다. 조카들을 친척집에 데려다 주려 하는데 그곳이 포도농장이니 머리도 식힐 겸 함께 가자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만났습니다. 그리 먼 길도 아닌데다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먼저 식당가를 찾았습니다.
"뭘 먹고 싶니" 삼촌이 묻습니다.
"돈까스, 짜장면, 햄버거, 또..."
"임마, 한 가지만 골라."
"그럼 짜장면 하구 탕슉!"
중화요리집에 들어가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먹성이 보통이 아닙니다. 햄버거 배가 남았답니다. 삼촌이 또 한번 인심을 씁니다. 그리고 안성행 버스를 탔습니다.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두 아이를 앞좌석에 앉히고 둘이 함께 앉았습니다.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나들이 가는 어른들이 조금은 들떠 여행계획을 논하는데, 한 녀석이
"삼촌, 속이 좀 않좋아." 합니다.
"그러게 작작 좀 먹지. 좀 참아 봐. 얼마 않걸려."
그러나 이내,
"삼촌, 토할 것 같아." 합니다.
"못 참겠니?" 하며 바라보니 아이가 역류하는 뭔가를 삼킴니다.
불안해진 애들 삼촌이 운전석 옆에서 구토용 봉투를 들고 오자마자 한 녀석이 토하기 시작합니다. 어지간히 먹더니 양이 꽤 됩니다. 퀴퀴한 냄새가 퍼집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하던 다른 녀석이,
"삼촌, 나도 속이 이상해." 라고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토하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도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넘칠 것만 같아 내가 서둘러 가서 봉투 하나를 더 가져오는데, 토했던 아이가 또 구역질을 합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더 토합니다.
봉투 두 개가 찰랑찰랑 불안한데 갑자기 뒷자석에 앉아있던 군인 아저씨가,
"아저씨 저도요-" 하더니,
나나 친구나 구토물로 가득한 봉투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와중에,
"우웩-"

기사 아저씨가 뭔 일인가 백미러로 살피시다가 속도를 늦추시는데, 아뿔싸! 균형을 잃은 친구가 봉투를 놓치고 맙니다. 그걸 보던 군인 아저씨가 다시,
"우-웨-에-엑-"

뭐 이런 구질구질한 여행이 있나...

고속버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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