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에서 슬픈 일 중에 하나가 닭고기를 잘 먹지 못하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닭고기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호전되어 기분좋게 치맥을 하면 닭다리 하나쯤은 괜찮은데 언짢은 날은 한 점만 먹어도 여전히 탈이 납니다.
딸을 주십사고 처음으로 처가댁에 갔던 날, 장모님은 사위 될 녀석이 왔다고 푸짐한 적녁상을 차리셨습니다. 인사가 끝나고 처가 식구들과 식사를 하는데 장모님께서 닭다리 하나를 건네십니다.
첫인사 자리에서 알레르기니 뭐니 하면서 까탈스럽게 보이고 싶지않아 덥석 받아 달게 먹었습니다.
목이 멘다며 동동주도 한 잔 권하시더니 흡족해 하셨습니다.
눈밑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엉덩이가 근질거렸지만 그분의 정성과 사랑으로 베푸신 식사는 즐거웠습니다.
결혼 후, 처가댁을 방문할 때마다 장모님은 닭을 요리하십니다. 원래 요리솜씨가 비범하셔서 뭐든 잘 하시지만 첫인사 때 제가 맛있게 먹은 걸 기억하셔서인지 늘 몇 가지 닭요리를 준비하셨습니다.
그런 장모님이 감사해서 약을 먹으면서라도 그 요리를 마다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릴까 생각도 했었지만 도착하기 전부터 시장하지 않을까 염려하시며 정성껏 준비하시고 먹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시는 당신께 차마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은 집사람이 말하겠다는 걸 말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시는데 까짓 일년에 한 두번 먹기를 구지 그럴 필요 없다고.
늘 건강하실 것만 같던 장모님도 세월따라 약해지시고 노환이 오더니 결국 재작년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가족들 호칭조차 가물가물하셨지만 저의 총각 때 모습까지 기억하시며,
"자네 그땐 참 예뻤었지" 하시더니, 제 손을 잡고 또렸이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명절이 오고 처형들, 처제, 처남 다 모여 추도 예배를 드렸습니다.
추도식 후 함께 식사를 하는데 큰 처남이 닭다리를 권하길레 그제서야 고백했습니다.
사실 닭고기 알레르기가 있다고. 장모님 사랑에 겨워 엉덩이를 긁으며 먹었었노라고.
셋째 사위왔다고 손수 담그신 동동주를 따르시며 닭다리 하나를 뚝- 떼어 주시던 장모님!
눈밑이 부어오르고 엉덩이를 몰래 긁으면서라도 장모님의 닭백숙이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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