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를 캐다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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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렀던 휴게소에서 다툼이 있었고 주문했던 음식은 너무 성의 없기도 했지만
가족을 달래서 겨우 속초에 도착해 콘도에 입실하고 보니
뒷골목 여인숙만도 못한 것같은 후즐구레한 방에서 모두들 기분이 상했다.

어쨋건 나들이라고 왔으니 짜증내기보다는 즐기자고 다독여
대포항으로 향했다.

안내하신는 분의 지시에 따라 차를 대고 보니 주차장 맨 끝이다.
주차 구역을 벗어나는데만도 십여 분이 걸린 것 같다.

시장에 들어서 구경하는데
그날따라 비린내가 달갑질 않다.

"뭐 먹을까?" 해도, 아무도 대꾸를 않는다.
"횟집은 자주 들렸으니 이번엔 노점에서 굽는 조개구이를 맛보는 건 어때?" 했더니
별 말 없이 따라온다.

마침 한적해 보이는 구이집이 있어 들어가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주인 아주머니가 누군가와 말다툼을 시작한다.
불편한 마음에 옮기려 했지만
이미 조개들이 얹혀져 버렸고 두 사람 목청이 점점 높아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조개 익기를 기다리자니
속이 끓어 확 뒤집어버리고 가버릴까 하다가도
그렇찮아도 저기압인 가족들이 안스러워 꾹꾹 눌러 참으며 조개만 보고 있었다.

대충 익은 것 같기에
"이제 익은 것 같으니 한 점 맛보셔." 하고 아내에게 권했더니
조개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는데,
"아작!" 하는 소리와 함께
"아야, 돌 씹은 것 같아." 한다.

아참, 오늘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지...
"이는 괜찮아?" 하며 난감해졌는데, 뱉어낸 조갯살 사이에서 뭔가 반짝인다.
"어, 이거 돌은 아닌 것 같은데... 뭘까?" 하자
집사람도 뭔가 느낌이 다른지
"혹시 진주 아닐까?"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동그란 돌에서 영롱한 검은 빛이 감돈다.

반전이다.
조금 전까지 쳐져있던 식구들도
다투던 사람들도 모두 작은 돌에 집중한다.
다시 왁자지껄해졌지만 이번에 기쁨과 흥분의 한바탕이다.
너나없이 한참을 부러워도 하고 축하도 하고, 물론
우리 가족은 굴러온 행운에 한껏 들떠버렸다.

완전히 엉망일 수도 있던 여행이 전에 없이 즐겁고, 풍요로운 경험이 되었다.

P.S. 1 집에 돌아와 진짜 흑진주임을 확인한 집사람은 그걸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었다.
P.S. 2 얼마 후 아내는 그 목걸이를 어디선가 잃어버렸다.

조개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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