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토스카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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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싶었던 저는
중.고교시절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 하며 보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가요제에 열광할 때 베토벤이나 드뷔시를 즐겨 들었지요.

부모님의 반대로 음대 진학은 좌절됐지만 음악 사랑은 여전해서
오페라 공연을 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2학년 때 첫눈에 제 맘을 사로잡은 여학생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녀도 수준있는 음악을 애호한다는 말에
두 번째 만남을 환상적으로 만들어 확 사로잡을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를 예술의 전당에서 감상하고
제가 아는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먹으며
우아하게 작품의 여운을 나누겠다는 겁니다.

이 멋진 플랜을 성사하기 위해 자금도 마련했습니다.
둘째 줄 로얄석 중간은 좀 비쌌거든요.

암튼 그날 교회 갈 때만 입던 정장을 하고 그녀를 만나
보무도 당당하게 예술의 전당에 입성해서 로얄석 둘째 줄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자 주옥같은 음악이 흐르고
그렇게나 고대하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의 차례가 되었는데
어디서 쌕쌕 소리가 들립니다.
이럴수가, 내 이상형의 소녀가 졸고 있는 겁니다.
한 순간에 무너진 가슴이여...

그녀가 좋아한다는 수준높은 음악은 아마도 산울림이나 들국화 혹은 해바라기였던가 봅니다.

물론 삐졌지요.
내색은 않했지만 그녀도 눈치 챘을 겁니다.
공연이 끝나고 우동과 꼼장어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다음 번엔 들국화 콘서트에 가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오페라를 모른다고 이별하기엔
너무 이쁜 그녀였거든요.

토스카.jpg

서글픈 토스카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