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내려 마을버스에 오르니
먼저 타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표정 없이
창밖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유독 한 여성이 눈길을 끕니다.
이런 궃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주 차림에 노란 우산을 들고 차창에 기대어
졸고 있습니다.
마을버스 대기 시간이 지루했던 모양입니다.
속으로,
"이런 날씨에 왠 공주옷..." 하며,
그녀를 지나 맨 뒷자석에 앉았습니다.
이 마을버스는 노량진역에서 장승백이를 지나
상도동과 신림동 갈림길 중간으로 똟린 마을길을 지나
우리 아파트 앞까지 운행하는데,
큰 도로에서 마을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우회전을 하자마자 다시 급 좌회전을 해야합니다.
버스가 출발해도 공주님은 여전히 졸고있고
곧 그 S자 코스에 접어들어 여느 때처럼
우회전을 하더니 다시 급히 좌회전을 하는데
아침부터 길을 가로질러 작은 공사가 있더니
체 마무리가 되지 않았던지
제동 후 덜컹하며 튀어오르는데...
차창에 기대어 졸던 여인의 머리가 일단 중앙을 향하다가
다시 창에 '쿵-' 부딛더니 제동이 걸리는 순간
누가 들어다 놓은 것처럼 통로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순간 버스엔 정적이 흐르고
아직 상황 판단이 덜 된 공주님이 잠시 그대로 앉았다가
일어섰는데,
질척이는 통로에 다았던 공주옷에 짓궃게도
사과모양으로 얼룩이 선명합니다.
버스가 서자마자 그녀는 서둘러 내리더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도
예쁜 우산을 펴지도 않은 체 서있습니다.
첫 데이트가 있는 건 아닌지
혹 선이라도 보러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도
자꾸 웃음이 새나오는 걸 보니
전 어쩔 수 없는 놈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