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갑론을박하던 역광장에 혹은 초당 마을이나 바닷가 어디엔가 두고 온 것입니다.
뉘엿뉘엿 해는 지는데 셋이 각각 그 세 장소를 돌아보고 다시 모이기로 했습니다. 어둠이 짙어서야 다시 모였지만 모두 빈손이었습니다. 참으로 난감했지요.
그당시 동해 호텔 쪽 경포대 끝자락에서 화장실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어둠이 내린 공사판 구석에 둘러앉아 세 녀석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모색한 끝에 내린 결론은 비싼 방을 얻을 바엔 소주로 몸을 덥히며 노숙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쌀은 있지만 코펠이 없어 공사장 폐자재 더미에서 구한 나무로 불을 피우고 가게의 쓰레기통에서 주운 깡통에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나름 맛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봄이지만 밤이 깊어지니 생각보다 추웠습니다. 근처에 있는 돌을 주워다가 달구어 끌어안고 잠을 청했습니다. 달궈진 돌을 배에 대면 발이 시리고, 발을 올리면 상체가 서늘해져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생각치도 못했던 일출을 보게되었습니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날이 훤해지자 서로를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머리와 얼굴,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 쓴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으로 라면을 끓이려다 지난 밤 사용했던 시커멓게 그을린 깡통 속을 보니 속이 뒤집어져 포기했습니다.
간이 식수대에서 대충 씻고 일찍 강릉 시장에 가서 일단 국밥으로 배를 채운 후 코펠을 사고 텐트를 대신할 대형 비닐을 준비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이 정도의 난관쯤은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젊고 힘이 넘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고등학교로 변모한 강릉대학에 가서 미팅까지 했다니까요. ㅎㅎㅎ
노숙하던 자리입니다. 그당시에는 원형 화장실을 짓고 있었는데 또 다시 지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