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와 숙녀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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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진학하고 얼마동안 서울을 떠나 기차통학을 했습니다. 학교가는 일이 한동안 즐거웠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기차를 타고 떠날 수 있다는 설레임을 안고 역으로 가서 표를 끊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일찍 플랫폼으로 내려가 선 채로 가락국수를 먹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차창에 스치는 도시의 풍경을 잠시 즐기다 보면 변두리의 삶이 펼쳐지고 곧 진달래 물드는 산야가 흐릅니다. 한창 습작하던 시기여서 시를 끄적입니다.

그날은 왠지 소주가 당겨서 곧장 기차를 타는 대신 역광장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했습니다. 꼼장어를 안주 삼아 거반 한 병을 마실 즈음, 한 여성이 들어섭니다. 짙은 화장하며 짧은 치마와 망사 스타킹이 여염집 규수같지는 않았던 그녀는 대뜸,
"피조개랑 소주 주세요." 합니다.
아저씨가 빠른 손놀림으로 피조개를 두쪽내고 마늘 한 쪽과 초장을 각각 얹더니 소줏잔이 아닌 글라스와 함께 소주를 건네십니다. 그 여인은 소주로 글라스를 채우더니, 와우- 단번에 들이킵니다. 그리고 피조개 반으로 안주하고는 담배를 피워 뭅니다. (그 당시는 비행기 뒷자석에서도 흡연이 가능하던 시절입니다.) 맛있게 몇 모금 흠향하더니, 남은 소주를 마저 따릅니다. 그리고 다시 원샷!
남은 피조개로 입가심하고는 돈을 내고 나가버립니다. 소주 한 병 마시는데 5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전 그녀의 마법에 걸려 평소 약간 주저하던 피조개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소주를 글라스에 따라 쭉- 들이키고는 한 점 먹었습니다.
"오- 죽이는군. 피조개는 이렇게 먹는 거였어." 하면서,
다시 글라스를 채우고 들이켰습니다. 물론 남은 피조개를 음미했습니다. 그날 저는 새로운 경지를 맛보았습니다.

조금 늦게 기차를 탔습니다. 혼미한 채 이미 어두워진 시가를 벗어나 더욱 깜깜한 변두리도 지나 진달래도 못 보고 종착역에 내리자마자 다 토했습니다.

포차1.jpg

피조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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