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내 짝꿍은 눈에 띄었다.
구릿빛 피부에 노란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닿았고, 귀에는 커다란 링이 반짝였다.
그 당시 중고등학교는 염색 금지, 머리길이 귀밑 3cm 같은 제한이 있었다.
초등학교는 두발에 제한이 없었지만, 주변 눈치가 보였다.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 눈치.
짝꿍에게는 항상 시선이 따랐다.
지나가면 “쟤가 걔야?”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일주일에 한번씩 짝꿍 앞에 싸늘한 눈빛으로 언성을 높이는 친구가 서있었다.
“야 너!”
“뭐?”
“염색 풀라는 얘기 못 들었어?”
“들었어. 근데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너 지금 언니들 무시하는 거야?”
중학교에 들어간 본인들은 두발 제한에 걸려있는데 어린애가 염색하고 다니는 게 보기 불편하다 나?
짝꿍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짝꿍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노랗게 염색한 친구는 전교에 내 짝꿍 뿐이었으니까.
짝꿍은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점심시간 전이었을 거다.
짝꿍은 날 가만 보더니 “너 귓밥 있다”며 좀 씻고 다니라고 나무랐다.
어린시절의 나는 청결에 무감각했다.
이틀에 한번 씻으면 잘 씻은 거였다.
대충 “알았다”하고 점심 메뉴가 뭘까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가 당겨졌다.
“어.. 어?”
정신을 차리니 짝꿍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었다.
“가만 있어봐”
어디서 났을까.
짝꿍은 귀이개로 내 귀를 파주었다.
“어휴. 이거 봐. 엄청 크지?”
어딘가 뿌듯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짝꿍의 얼굴을, 나는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뒤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고, 옆에서 환호 소리가 났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짝꿍을 봤다.
별 생각 없는 눈치였다.
뿌듯한 표정으로 왕건이를 종이에 싸고 있었다.
내 심장만 눈치 없이 ‘쿵쿵’ 뛰었다.
뜨거웠던 여름방학이 끝났다.
2학기가 시작됐다.
짝꿍이 바뀌었다.
얌전한 친구였다.
매주 볼 수 있었던 목소리 큰 친구는 운이 좋으면 복도에서 가끔 볼 수 있었다.
사실 바뀐 짝꿍이 얌전했는지 모르겠다.
내 짝꿍은 대전에 없었다.
서울로 갔다고 했다.
말도 없이 떠나가다니.
아마, 수줍은 내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