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디자이너다.
남들이 논리를 따지고
이득을 계산할 때
한 폭 도화지에 세상을 담아내던
예술가
그래서
#1
어디는 안그렇겠냐마는
한국은 유독
예술가에게 박한 곳이다.
예술가라는게 보통
남들이 원하는 것보다 그네들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보면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이긴 하다.
그래도 회사에 들어가 일하는 예술가들을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보다 의뢰주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
그것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충분히 기여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박하기만 하다.
변덕스런 의뢰주 입맛에 맞춰
밤도, 낮도, 주말도 없이 일했는데
통장에 찍히는 건
알바생 수준의 월급.
이들 대부분은 계약직이다.
#2
사업가가 사업을 하고
노동자가 노동을 하고
예술가가 예술을 한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예술가만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스팀잇은 구원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않아도
가치있음을 인정받는 곳.
그 인정이 곧 돈이 되는 곳.
예술가에게 가장 좋은 무대라고 생각했다.
#3
"그렇게 생각하는 디자이너 거의 없을걸"
스팀잇을 권유했다.
사업가들 틈에서 착취당하며
회의를 느끼던 그녀를,
구원해주길 바라며.
"난 그런거 싫어"
"왜? 이건.."
이건 의뢰주 취향이 이상해서
예뻤던 걸 안예쁘게 고치지 않아도 되고
기술자처럼 복사 붙여넣기 안해도 되고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 자체로 돈이 될 수 있는데
"디자이너들은.."
돈을 잘 생각하지 않아.
어떻게 더 이쁘게 만들까를 생각하지.
돈을 생각하고 거기에 얽메이면
번뜩이는 생각도 안들고
결국 디자인을 할수가 없어.
디자이너들은 멋진 디자인을 하고
돈이 따라오길 바라지
돈을 생각하고 디자인을 하진않아.
#4
발버둥인줄 알았다.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
그러나
꿈을 향한 날갯짓이었다.
그래서
참 대견하고,
안쓰러웠다.
.
.
현실은 여전히
예술가에게 박하기만 하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