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고3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왜 그때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그때 기억이 가장 많이 생각나서’라 대답했다.
거짓말이었다.
고3때를 떠올려보면 사실 기억나는게 별로 없다.
아침에 일찍 가서 문제지 풀고, 밥 먹고, 문제지 풀다 집에 가는게 다였다.
기억나는게 있다면 야자시간에 구석에 숨어 ‘달빛조각사’나 ‘거침없이 하이킥’을 봤던 것, ‘던전앤파이터’에서 캐틱터명을 ‘고대장학생’으로 만들고 의지를 불태우며 게임을 삭제했던 것 정도?
그 외에는 딱히 기억할 만한 일이 없다.
가슴 아픈 사랑도,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도, 가족이나 친구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만약 누군가 ‘고3때 가장 기억나는 일이 뭐냐?’ 묻는다면 주저없이 수능 날이라고 대답할 거다.
수능 날에 밥 뚜껑이 안 열려 반찬만 먹었던 일이 고3때 있었던 가장 특별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같다.
왜냐고 물어도, 역시 대답은 같다.
친구들과 같이 웃고, 울고, 행복했고, 힘들었던 시간들.
격려해주고 배려해줬던 가족. 선생님. 교실 분위기.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어 마음에 담아야 했던.
그저 추억해야만 했던 시절로.
기록할 수 없는 기억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