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에 할아버지 선산이 있다. 사람이 잘 안다니는 산이라, 올라가려면 한손에 나무칼을 들고 가지를 쳐내며 길을 만들어서 가야 했다. 언젠가 산에 갔더니 누군가 길을 만들어 논 흔적이 있었다. 누굴까? 조심스레 길을 따라가보니 처음보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본인을 땅꾼이라 소개하신 할아버지는 산이 관리가 안되는 것 같아 좀 도와줬다고 하셨다. 그리고 산이 죽어가고 있다며 나무들을 다 베라고 하셨다. "멀쩡한 나무를 왜 베어요?" "나무들이 너무 커서 주변 식물들이 다 죽고 있잖여. 큰 나무 옆에 있는 다른 나무나 식물들은 햇빛을 못 받아서 죽는 법이여. 나무 저것이 지만 살려고 높이 솟은 거지. 얼른 베어야 혀! 내 말 흘려듣지 말어!"
얼마 후 아버지는 높이 솟은 나무들을 베어 파시고 아주 좋아하셨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산에 방문했을 때 그 땅꾼 할아버지의 말씀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큰 나무와 버섯만 있던 공간에 작은 나무들과 이름 모를 잡초들이 마구 자라있었다. 죽음이 그늘졌던 땅에 생명이 피었다.
거목은 당당하다.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멀리서 봐도 쉽게 눈에 띄며, 가장 밝게 빛난다. 그러나 그 당당함이 주변에 해가 된다면, 차라리 잡초가 되겠다. 비바람에 흔들리고, 희미한 존재감이라도, 같이 흔들리고, 같이 일어나 결국은 가장 푸른 생명력을 뽐내는 잡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