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트에 일상을 기록한다.
그날 먹은 것, 운동량, 몸무게, 공부한 것, 한 일, 갑작스레 든 생각 등.
일주일에 한번은 시간을 내서 과거의 기록을 쭉 살펴본다.
딱 기간을 정해 놓고 하는게 아니라 생각나면 한다.
그게 일주일에 한번쯤 된다.
기록들을 보면 재밌다.
과거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누구와 만나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나 행동에 다시 내 생각을 쓰며 과거의 나와 대화한다.
그 중 일부는 더 깊게 생각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그러면 컴퓨터를 켜고 빈 창에 끄적거리다 이내 A4 한 장 분량의 글이 된다.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글은 그렇게 생겼다.
나는 그렇게 한다.
기록을 시작하고, 글의 소재가 생각이 안나 글을 쓰지 못하는 일이 사라졌다.
노트를 펼치면 소재가 넘친다.
쓰고 싶은 주제가 한 가득이다.
선택만 하면 된다.
기록은 내가 가장 힘들어하던 문제를 해결해줬다.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모든 기록을 사랑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밤에 운동을 하고 들어와 샤워를 하고 몸무게를 쟀다.
그리고 노트에 기록했다.
오늘 먹은 것, 운동량, 몸무게.
노트 앞부분 달력에 쓰다 보니 칸이 작다.
칼로리가 없는 음식은 뺐다.
다이어트 중이다 보니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다.
기록하는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기록이 편향된다.
문득 가계부가 떠올랐다.
돈과 관련된 일들만 기록하고, 그 중에서 필요 없는 일을 빼기 위한 기록.
돈이 연관되지 않은 일은 기록되지 않는다.
칼로리 없는 음식이 기록되지 않듯이.
가계부는 돈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계부를 쓰는 사람은 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돈에 관심이 없어도 가계부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돈에 관심이 많아진다.
슬금슬금 돈에 민감한 사람이 된다.
대부분은 소득보다 소비에 민감해진다.
소득을 늘리기보다 소비를 줄이는게 더 쉽기 때문이다.
소비 항목을 보면서 더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없애려고 노력한다.
한 줄, 한 줄, 가계부에 기록되는 것이 적어질수록 희열을 느낀다.
스스로 돈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낀다.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렇게 생각한다.
결핍은 풍요를 창출하지 않는다. 물질적 빈곤을 경험적 빈곤으로 대체하는 것은 식단에서 단백질을 탄수화물로 대체하면서 근육이 생기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 엠제이 드마코
소비를 줄임으로써 또 줄어든 것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가계부에 한 줄, 한 줄 기록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지켜봐야 한다.
돈에 집중하면서 무엇에 소홀해졌는지 생각해야 한다.
인생은 시간을 어떻게 쓰냐에 대한 것이다.